▷선생님을 부르는 말인 ‘쌤’은 ‘선생님’에서 각각 한 글자씩(ㅅ, ㅐ, ㅁ) 따서 축약한 ‘샘’의 된소리쯤 된다. 2000년대 인터넷서 은어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생활 속에서 준말처럼 널리 쓰인다. ‘쌤예∼’ 하던 대구 사투리에서 비롯된 것이란 주장도 있으나 국립국어원은 ‘쌤’을 표준어로도, 방언으로도, 신조어로도 인정하지 않는다. 선생님을 낮춰 부르는 호칭으로 알려져서다.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는 “선생님은 제자가 스승에게 쓸 수 있는 가장 부드럽고 따뜻한 존경의 말”이라며 “교사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교육당국이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는 “교권침해에 시달리는 교사들이 선생님이란 호칭에 마지막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스승이란 말은 희귀해졌고, 다른 많은 직업 종사자들에게도 ○○선생님이라는 표현을 쓰니 본래 뜻이 희석됐다. 이제는 아예 ‘쌤’이라 부르라니 교사들이 교권 추락을 실감할 만도 하다.
▷학생이 ‘쌤∼’ 부르며 달려와 인사를 하고, 이를 친근함의 표현으로 보는 선생님도 있다. 다만 서로 돈독한 신뢰가 쌓였을 때라는 전제 아래서다. 더욱이 교사가 절대 권위를 갖고 군림하던 1970, 80년대처럼 사제 관계가 위계적인 시대도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부르게 해 달라’는 청원 글이 여럿 올라왔다. 그중 ‘교실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세요? 기간제쌈(ssam)이라 합니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교실은 이미 이렇게 바뀌었다. 현장과 괴리된 혁신으로 교실을 실험해선 안 된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