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도로 1336곳 빅데이터 분석
《 ‘이곳’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는 전국에 등록된 차량 2252만8295대가 내뿜는 것의 3배다. 대다수 국민은 이곳을 매일 지난다. 이곳은 바로 ‘도로’다. 지난해 도로에 깔려 있다가 차량이 지날 때 다시 날리는 미세먼지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에서 먼지가 가장 많이 날린 도로는 어디일까. 》
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쑥고개로 인근 한 공사장에서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나고 있다. 이 도로는 지난해 ‘다시날림 미세먼지’ 농도가 ㎥당 평균 298㎍으로 서울 내 생활권 도로 중 가장 높았다. 조소현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학년
동아일보 취재팀이 10일 한국환경공단의 수도권 도로 다시날림 미세먼지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쑥고개로는 지난해 서울 내 생활권 도로 중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다. 서울 미세먼지 농도 1위는 강동구 상일로(545μg)이지만 아직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지 않아 보행자는 적은 편이다. 이는 지난해 3∼12월 주요 4차로 이상 도로 1336곳에서 총 7841차례 측정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그래픽 김성훈·서장훈 기자
비슷한 시간 양천구 목동동로의 풍경은 전혀 달랐다. 불법 정차 차량이 한 대도 없는 데다 도로 표면도 확연히 깨끗했다. 이곳은 지난해 다시날림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5μg으로 수도권 도로 중 가장 낮았다. 8일 취재팀이 측정한 결과도 46μg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은 “주변에 공원이 많고 안양천이 인접해 대기 흐름이 원활한 덕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지방자치단체가 물청소를 할 수 없어 인근 주민들의 고통은 더 크다. 전문가들은 물 없이 청소가 가능한 분진 흡입차를 늘리고, 근본적으로는 공사 차량을 꼼꼼히 세척해 도로에 먼지를 흩뿌리지 않도록 단속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5년 전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중 11.8%에 해당하는 2만7573t이 도로 다시날림 미세먼지였다. 공장 매연(30.4%)과 건설 공사장(16.4%)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해 전체 차량 배기가스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9583t(4.1%)인 점을 감안하면 도로에서 날리는 미세먼지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거 지역과 멀다는 이유로 관리되지 않는 서해안 공업단지 인근 도로도 정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에서 넘어온 미세먼지가 인천 서구 북항로207번길(지난해 평균 농도 1542μg) 등 서해안 인근 도로에 쌓여 있다가 도심 지역으로 날아든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한국처럼 국토가 크지 않은 나라에서 ‘청소를 안 해도 되는 도로’란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도로 1336곳 미세먼지 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