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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신 모기 ‘산아제한’으로 퇴치

입력 | 2019-01-11 03:00:00

생명공학계 모기와의 전쟁 3題




겨울인 지금은 여름 모기의 성가심을 잊는다. 하지만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감염병 매개체’ 모기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생명공학 기술이 여기에 뛰어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사진 출처 프리픽

여름 한때 성가신 곤충쯤으로 생각하는 모기는 실은 인류에게 가장 두려운 해충이다. 극지를 포함한 전 세계에 살고, 열대와 아열대를 중심으로 연간 수십만∼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황열병, 뎅기열, 웨스트나일, 말라리아, 지카 등 주요 감염병의 매개체다. 최근 과학자들이 생명공학 기술로 문제의 근본 원인인 모기를 퇴치하겠다고 나섰다. 무기는 ‘모기 산아제한 정책’이다.

○ 전략 1. 알을 낳지 못하게 한다

첫 번째 목표는 모기 암컷의 알이다. 로저 미스펠드 미국 애리조나대 화학생화학과 석좌교수팀은 암컷 모기가 알을 만드는 과정을 방해하는 생명공학 기술을 개발해 생명공학 국제학술지 ‘플로스 생물학’ 8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모기 암컷에게서 알 껍질 형성 과정을 방해하는 유전자를 찾아 40개의 후보 유전자를 발굴했다. 이 가운데 오직 모기에게만 존재하는 유전자를 실험으로 확인해 ‘알껍질 조직 요소-1(EOF-1)’이라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억제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먼저 DNA와 비슷한 유전물질이지만 이중나선이 아니라 한 가닥으로만 구성된 리보핵산(RNA)가운데 길이가 짧은 조각을 모았다. 짧은 RNA 조각은 DNA로부터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을 억제하는 조절 기능을 갖는다. 연구팀은 이 RNA 조각을 암컷 모기에게 주입해 알을 발생단계에서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이렇게 얻은 불임 효과가 나머지 일생(약 2, 3주) 동안 지속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기술의 장점은 직접 유전자를 수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전자 변형 생물이 생태계에 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미스펠드 교수는 “오늘날 이용되는 어떤 기술들보다 다른 생물에 미치는 피해가 적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모기의 알로 발생하는 중간단계인 ‘난모세포’를 공초점현미경으로 찍었다. 알 가장자리에서는 알 껍질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나온다. 애리조나대 제공

○ 전략 2. 대를 이어 후손이 줄어들게

자손이 번창할수록 수가 줄어드는 이상한 전략도 있다. 모기의 번식을 막는 불임 유전자를 개체의 DNA에 넣은 뒤, 이 유전자가 후대에 군집 전체에 널리 퍼지게 해 결국 멸종시키는 전략이다. 특정 유전자의 빈도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이 기술을 ‘유전자 드라이브’라고 부른다.

원래 암수가 만나 자손을 남길 때 한 개체에 등장한 새로운 유전적 변이가 다음 세대에 전달될 확률은 절반이다. 부모로부터 각각 하나씩 총 두 개의 DNA를 받는데, 자손은 그중 하나의 DNA만 작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엄마로부터 받은 불임 변이 DNA가 자손에게 선택될 확률은 2분의 1이다.

그런데 유전자 교정 기술 ‘크리스퍼’를 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변이가 없는 DNA를 잘라 내면 세포가 DNA를 수리하며 다른 쪽의 변이 DNA를 복제해 붙인다. 결국 부모로부터 받은 DNA 두 개가 모두 불임 변이 DNA를 지니게 되고, 불임 자손은 급격히 증가한다. 안드레아 크리산티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지난해 9월 이 방법으로 300마리의 모기를 7∼11대 만에 완전히 멸종시킬 수 있음을 증명해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유전자 드라이브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고 빨라 논란이 많다. 2016년 미국국립과학원은 오랜 논쟁 끝에 “이 기술을 환경에 바로 사용하는 것은 이르다”며 “다만 연구는 허용돼야 한다”고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감염병 전파를 막는다는 ‘인간의 이익’과 생태계에 미칠지 모르는 불확실성 사이의 줄다리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 전략 3. 불임 수컷 풀어 모기 대 끊기

오마르 악바리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크리스퍼를 조금 다르게 이용해 유전자 드라이브 논쟁도 피하면서 모기를 줄일 방법을 찾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8일자에 발표했다. 비결은 수컷을 불임화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초파리를 대상으로 성 결정 유전자를 교정했다. 크리스퍼를 구성하는 효소와 RNA를 적절히 암수에 배치해서, 만약 자손이 암컷이면 죽고 수컷이면 살되 불임으로 태어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자손은 100% 불임 수컷만 태어나게 하는 기술을 완성했다. 기존에도 해충을 없애기 위해 수컷에게 방사선을 쬐이는 등으로 불임을 유도했는데, 유전자 교정 기술을 이용해 정밀도를 높였다. 악바리 교수는 “유전자 드라이브와 달리 새롭고 안전하며 통제 가능하다”며 “이 기술을 모기 외에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다양한 해충에 두루 쓰도록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