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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밑에서 우주 탄생의 비밀 푼다

입력 | 2019-01-11 03:00:00

日, 중력파 검출기 ‘카그라’ 연말 가동





올해는 일식 관측으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검증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공간의 잔물결’로 불리는 중력파를 예측했다. 중력파는 블랙홀, 간의 병합처럼 질량이 있는 물체가 가속 운동을 할 때 발생하는 파동이다. 빛의 속도로 전파되면서 주변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 중력파를 관측하면 수십억 광년 떨어진 먼 우주에 있는 천체의 위치와 움직임도 생생하게 추적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2015년 9월 미국의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 검출기로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처음 성공했다. 당시 20여 개국 1000여 명의 연구 협력을 주도한 3명은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같은 해 8월에는 라이고 검출기 2대와 유럽의 ‘버고(VIRGO)’ 검출기 1대가 동시에 두 블랙홀의 병합 과정을 조기에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세계 과학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천체 망원경을 동원해 뒤이어 방출된 라디오파와 X선, 감마선, 가시광선을 관측할 수 있었다. 하나의 천체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다중신호 천문학’ 시대의 서막이었다. 지난해 12월 새롭게 발표된 4건의 중력파를 포함해 현재까지 확인된 중력파는 모두 11건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올해 말부터 아시아 최초의 중력파 검출기인 일본의 ‘카미오카중력파검출기(KAGRA·카그라)’도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카그라는 라이고, 버고와 달리 지하에 건설된 데다 영하 253도 이하의 극저온에서 구동돼 기존보다 정밀도가 더욱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카그라협력단은 이달 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을 통해 “건설과 기초 시험을 마무리하고 현재는 각종 실험 장치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그라는 라이고, 버고처럼 길이가 같은 진공 파이프 2개가 90도로 연결된 레이저간섭계다. 일본 동부 도야마현의 이케노산 지하에 위치해 있다. 적외선 레이저 빔을 쏘면 빛이 파이프 양 끝의 거울에 반사되면서 ‘ㄴ’자 형태로 갈라진 두 경로를 왕복한다. 이때 중력파가 지구를 관통하면 미세하게 한쪽은 늘어나고 한쪽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두 경로의 빛에 위상차가 생긴다. 이런 차이로 중력파를 검출하는 것이다.

카그라가 가동되면 세계 중력파 검출기는 총 4개가 된다. 검출기 수가 늘어나면 불필요한 잡음 신호를 잘 잡아낼 수 있고 중력파 발생지도 더 신속,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 카그라협력단의 가지타 다카아키 일본 도교대 교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더욱 엄격하게 검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의 강궁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여러 검출기가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24시간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그라를 활용한 중력파 연구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한국, 태국 등 15개국 90개 기관 200여 명(지난해 10월 기준)의 과학자가 참여하게 된다. KISTI는 카그라의 관측 데이터 분석을 위한 슈퍼컴퓨팅 환경을 제공한다.

현대천문학의 중심축이 중력파로 옮겨 가면서 일본 외에도 중국, 인도 등이 경쟁적으로 중력파 검출기를 구축하고 있다. 국제 협력만으로는 연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2015년 이전에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중심으로 소규모 중력파 검출기 구축을 제안한 적이 있지만 두 번의 시도 모두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강 연구원은 “기존 연구성과를 평가해 연구비를 지원하는 국내 환경에서는 중력파 같은 새로운 분야가 선정되기 매우 어렵다”며 “작은 규모로라도 일단 연구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