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장애인-비장애인 통합극단 ‘하이징스’ 내한 공연
극단 하이징스의 장애인, 비장애인 배우들이 인형극 ‘프레드’에서 장애 인형의 신체 부위를 잡고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은 극중 장애 인형이 비바람과 태풍에 맞서 힘겹게 걷는 모습. 주한영국문화원 제공
영국의 장애인·비장애인 통합극단인 ‘하이징스’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음센터에서 19일까지 공연한다. 이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인형극 ‘프레드’, 백색증이 있는 배우의 일대일 공연 ‘시선’, 뇌성마비 배우의 퍼포먼스 ‘조건’이다.
하이징스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방식으로 문제 제기를 한다. ‘프레드’는 사회적 편견과 싸우는 헝겊인형의 이야기. 장애 배우 3명이 인형의 머리, 팔, 다리 등을 나눠 잡고 장애 인형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을 묘사한다. 인형의 익살스러운 몸동작이 나올 때면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2016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뒤 18개국에서 170회 이상 무대에 오를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시선’은 백색증이 있는 배우 조 배넌이 빛과 소리가 차단된 작은 블랙박스에서 단 한 사람의 관객만을 대상으로 연기한다. 공연 시간은 12분으로, 하루 20회 열린다. ‘조건’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댄 도가 자전적 이야기를 강의 형태로 전하는 퍼포먼스다.
하이징스는 영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무대로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극단에서는 다운증후군이나 자폐증, 백색증 등 장애를 가진 전문 배우들이 비장애인 배우와 동등하게 작업한다. 하이징스는 장애인이 전문 배우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비영리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클레어 윌리엄스 하이징스 대표는 “장애인이 살아가는 현실을 독특한 시선에서 조명하고 뼈있는 유머를 던져 관객에게 웃음과 함께 편견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려 한다”며 “모든 공연을 탁월한 수준으로 끌어올려 장애인 연극에 대한 낮은 기대치를 뒤집고 관객을 놀라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극단을 초청한 샘 하비 주한 영국문화원장은 “유쾌함과 웃음 앞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다”며 “장애인 예술에 대한 벽을 허물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프레드’ 2만 원, ‘시선’ 1만 원, ‘조건’ 2만 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