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인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오늘 검찰에 출석한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같은 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원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대법원에서는 이날 오전 10시에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취임식이 진행된다.
입장문은 5분 내외의 짧은 분량으로 혐의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가 시작되기 전 자신의 ‘패’를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법농단’ 의혹이 불거진 경위를 떠나 당시 사법부 수장으로서 국민께 송구한 심정을 우선 밝힌 뒤 법원 구성원들에게 참담한 심경을 전하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공개 석상에 서는 것은 지난해 6월 경기 성남 자택 부근에서 가졌던 기자회견 이후 처음이다.
입장 발표 뒤에는 대법원 앞에서 차량을 타고 지근거리의 서울중앙지검으로 이동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청사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린 후 검찰 포토라인 앞에는 멈추지 않고 곧바로 조사실로 향한다는 입장이다. 전직 대법원장 예우 차원에서 전직 대통령들처럼 서울중앙지검 청사 1층 중앙문을 통해 들어간다.
조사는 수사 실무를 맡아왔던 특수부 부부장검사들이 진행하며, 부장검사들은 상황을 살펴보며 지휘할 예정이다. 최정숙 변호사 등 변호인 2명이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입회한다.
15층에 마련된 조사실은 이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전직 대법관들이 조사를 받은 곳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조사를 진행할 수사검사 2명과 마주보게 된다.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나란히 앉아 방어를 펼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이날 검찰 포토라인이 아닌 대법원 앞에서 이례적인 입장 발표를 하면서 시위자들과 취재진 등이 몰려 혼잡한 상황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법원노조 등은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을 “원천봉쇄하겠다”며 정문을 막아서겠다고 예고해 놓은 상태다.
경찰은 사고와 돌발상황에 대비해 기동대 총 12개 중대를 배치하는 등 900여명의 경력을 동원할 계획이다.
검찰도 청사 보안을 위해 출입을 통제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이명박 전 대통령 출석 당시와 유사한 수준으로 안전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차량 출입이 금지되며 11일 0시부터 조사 종료까지 차량 출입문이 봉쇄된다. 사전 허가된 비표가 있어야 청사 출입을 할 수 있으며 검문·검색이 실시된다. 드론 촬영도 금지되며 지검 건물 내 출입도 제한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