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게 된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224일 만에 포토라인 앞에 섰다. 양 전 대법원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건 지난해 6월1일 이후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11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도착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9시30분 예정된 검찰 조사에 앞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다만 법원이 난색을 보이면서 로비가 아닌 정문 밖에서 하게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준비된 포토라인 앞으로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정문을 사이에 두고 안쪽에서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노조가 격한 소리를 내며 구호를 외치자 당황한 듯 쳐다보기도 했다.
포토라인에 도착한 양 전 대법원장은 곧 입을 열어 입장을 발표했다. 별도로 준비한 서면 없이 정면과 좌측을 번갈아 둘러보며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정자세로 서며 한 손은 주먹을, 한 손은 반쯤 피면서 다소 긴장한 내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 뒤편에선 법원노조의 구호가 계속 이어졌다. 법원노조는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인근 시위대에선 “양승태 이 나쁜 놈”이라며 비속어도 터져 나왔다.
3분간 준비한 입장을 발표한 뒤 양 전 대법원장은 취재진의 질문에도 스스럼없이 답했다. ‘대법원 기자회견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 줄 거라는 생각은 안 했냐’ ‘지금도 재판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인가’ 등 질문에도 “선입관을 갖질 마시길 바란다”며 정공으로 대응했다.
이날 아침부터 대법원 앞에선 법원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서 양 전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민중당 일부는 법원 내부로 진입을 요구했고, 경찰에 막히자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분위기가 격앙되자 서울 서초경찰서 경비과장은 방송을 통해 질서 유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계란이나 물병 등 집기를 투척하지 말도록 경고도 이어졌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이 조사를 받고 있는 검찰청사 방면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