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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인간과 함께 사는 개들은 행복할까?

입력 | 2019-01-12 03:00:00

◇개와 사람의 행복한 동행을 위한 한 뼘 더 깊은 지식/마크 베코프 지음·장호연 옮김/420쪽·1만9800원·동녘사이언스




25.1%. 지난해 12월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18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4가구 중 하나는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덩달아 국내 반려동물 사료 시장은 연평균 19.4%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동물용 의약품, 미용, 장묘사업 등 관련 사업 역시 기록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인 미국에서는 약 8000만 가구가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전체 가구의 44%에 이르는 수치다. 개 관련 산업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사료비로만 300억 달러(약 33조 원), 치료비 160억 달러(약 18조 원) 등 매년 700억 달러(약 78조 원)를 반려견에게 쓴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반문한다. 그 열정만큼 우리는 반려견과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이 책엔 반려견들의 행동 세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낸 각종 정보가 담겨 있다. 저자는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콜로라도대 명예교수. 2009년 늑대가 ‘도덕 지능’을 가지고 있어 사리분별은 물론이고 친구를 사귀거나 원한을 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책을 읽다 보면 ‘견(犬)통령’이라 불리는 강형욱 훈련사가 떠오르는데 강 훈련사가 반려견 심리학자라면 저자는 반려견 행동학자로 볼 수 있다.

동물학의 최신 연구 성과가 주를 이루지만 탁월한 비유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게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야외에서 개들이 걸어갈 때면 오줌을 찔끔 누거나 코를 킁킁거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같은 행동은 후각이 특히 발달한 개들의 소통 방식이다. 앞서 지나간 개들의 흔적을 살피고, 일종의 문자메시지처럼 오줌을 통해 답장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책을 할 때 반려견이 냄새를 맡지 못하게 목줄을 확 잡아당기는 일 등은 자제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꼬리 흔들기’ 행동을 통해서도 개들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 왼쪽으로 꼬리를 흔들 땐 심박동이 빨라지는 등 불안의 징후를 보여주고, 오른쪽으로 흔드는 꼬리는 차분한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살짝 꼬리를 흔드는 건 “안녕” 혹은 “나 여기 있어”처럼 인사말을 나타내고, 크게 흔드는 것은 친밀감의 표현이라는 연구 결과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과학적인 내용이 가득하지만 저자는 반려견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개나 그 밖의 동물을 삶에 들이기로 했다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들의 삶에 책임감을 가지고, 최고의 삶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한다.

이 책을 감수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아무 생각 없이 개를 기르지 말고, 이 책을 읽으며 과학적으로 개를 관찰하며 길러보자. 내가 기르는 개의 행복에도 분명 도움이 되고 개를 기르는 나의 기쁨도 배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개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반려견과의 행복한 일상을 더해줄 처방이 담겨 있는 책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