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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 또 화물선과 충돌… 사망 3명 모두 구명조끼 안입어

입력 | 2019-01-12 03:00:00

통영서 14명 탄 배 전복… 2명 실종




11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9.77t급 낚시어선 무적호(원 안)가 3300t급 화물선과 충돌해 전복됐다. 사고 해역에 도착한 통영해양경찰서 대원들이 전복된 무적호 위에 올라 승선자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통영해양경찰서 제공

바다낚시를 마치고 귀항하던 소형 낚싯배가 화물선과 충돌한 뒤 전복돼 승선자 14명 중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11일 오전 4시 57분경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쪽 43해리(약 80km) 공해상에서 전남 여수 선적 9.77t 낚시어선 무적호가 파나마 선적 3300t급 화물선 코에타호와 충돌해 전복됐다.

이 사고로 낚싯배 선장 최모 씨(57)와 승객 최모(65), 안모 씨(71)가 숨지고 정모(51), 임모 씨(57)가 실종됐다. 사망자 3명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 구조된 생존자 9명은 여수 전남병원 등지로 이송됐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정원 22명인 이 배에는 광주, 전남, 울산, 경북 등지에서 온 30∼70대 낚시 동호인 12명 등 모두 14명이 타고 있었다. 충돌 사고를 낸 화물선은 액화천연가스 운반을 위해 울산에서 중국으로 가던 중이었다. 해경은 코에타호를 통영항으로 압송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무적호는 전날 오후 1시 25분 여수시 국동항을 출항해 사고 지점 인근 백도해상에서 갈치 낚시를 하다 귀항하는 중이었다. 11일 오전 4시경 국동항을 향해 출발한 무적호는 바람을 피해 동쪽 통영 작도 방향으로 약간 돌아서 귀항하는 항로를 택했다. 당시 해역에 북서풍이 초속 8∼10m로 불고 있었다. 무적호 사무장 김모 씨(50)는 “여수 쪽에서 바람이 많이 불어와 선장이 통영 쪽으로 항해하던 중 갑자기 큰 배에 받혔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해역은 공해(어느 나라의 주권에도 속하지 않는 바다)상이다. 이 때문에 무적호가 낚시가 금지된 공해에서 ‘불법 조업’을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낚시관리및육성법 개정으로 올해 1일 1일부터 공해상 낚시는 불법이다. 해경이 이 부분을 조사 중이다. 생존 승객들은 “낚시는 영해에서 했고 귀항 도중 공해로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적호 승선자들이 낚시를 했던 백도해상은 영해(우리나라 통치권이 미치는 바다)다.

승객 김모 씨(59)는 “사고가 나기 5분 전쯤 무슨 일인지 무적호가 한 차례 멈췄다. 이후 ‘꽈광’ 하는 굉음과 함께 순간적으로 배가 뒤집혔다”고 사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뒤집힌 선체의 높이 60cm 정도 되는 에어포켓에서 박모 씨(55)와 함께 3시간 가까이를 버텼다. 죽음의 공포가 엄습할 무렵 바깥에서 선체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곧 에어포켓 안으로 진입한 해경 잠수부들에 의해 두 사람 모두 구조됐다. 생존자 노모 씨(37)는 “충돌 직후 정신이 없었고 구명조끼를 입은 뒤 탈출해 뒤집힌 배에 매달려 있었다. 5명이 함께 버티다 인근에서 조업하던 어선들에 의해 구조됐다”고 말했다. 생존자 9명 중 8명은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통영 해경은 코에타호 선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코에타호의 필리핀인 1항사(44)는 해경에서 “1마일 앞에 있는 낚시어선을 발견했다. 피해 갈 걸로 예상했는데 결국 충돌했다”고 진술했다. 2017년 12월엔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시어선 선창1호가 급유선에 추돌당해 전복되면서 15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통영=강정훈 manman@donga.com / 여수=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