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 묻자 “국민께 죄송”
11일 평소보다 30분쯤 늦은 오전 9시 51분경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한 김명수 대법원장(사진). 기자들이 로비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 조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10초가량 짧게 답한 뒤 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중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7개월 만에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했다.
김 대법원장은 통상 평일 오전 9시에서 9시 30분 사이에 출근한다. 그러나 이날 오전 9시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정문 앞 기자회견 때문에 출근시간을 불가피하게 조정했다. 만약 평소처럼 김 대법원장이 출근했다면 차량에 탄 채 대법원 정문 앞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마주칠 가능성이 높았다. 대법원 청사 주변이 집회 등으로 혼잡한 상황이어서 대법원 정문은 오전 9시 30분까지 굳게 닫혀 있었다. 김 대법원장은 기자회견이 열린 대법원 정문을 피해 동문이나 서문으로 출근할 경우 그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조금 늦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말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검찰 포토라인을 그냥 지나친 것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