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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대법원장과 만남 피하려… 출근 30분 늦춘 김명수 대법원장

입력 | 2019-01-12 03:00:00

심경 묻자 “국민께 죄송”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다른 말씀을 드리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11일 평소보다 30분쯤 늦은 오전 9시 51분경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한 김명수 대법원장(사진). 기자들이 로비 앞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소환 조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렇게 10초가량 짧게 답한 뒤 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중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7개월 만에 양 전 대법원장을 소환했다.

김 대법원장은 통상 평일 오전 9시에서 9시 30분 사이에 출근한다. 그러나 이날 오전 9시 양 전 대법원장의 대법원 정문 앞 기자회견 때문에 출근시간을 불가피하게 조정했다. 만약 평소처럼 김 대법원장이 출근했다면 차량에 탄 채 대법원 정문 앞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마주칠 가능성이 높았다. 대법원 청사 주변이 집회 등으로 혼잡한 상황이어서 대법원 정문은 오전 9시 30분까지 굳게 닫혀 있었다. 김 대법원장은 기자회견이 열린 대법원 정문을 피해 동문이나 서문으로 출근할 경우 그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일찍 출근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이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을 때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모습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출근 시간을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 중 대법원 재판연구관들과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들은 청사 창문을 통해 회견을 직접 봤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조금 늦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말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검찰 포토라인을 그냥 지나친 것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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