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보안 용역근로자 자살 前 “노조간부가 언어폭력” 회사에 고발 유족 “회사 주선 두사람 면담 자리에 노조 지회장 참석… 아들 심리적 압박”
제주국제공항에서 보안업무를 담당하던 20대 청년이 “직장 상사의 막말을 견디기 어렵다”고 호소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2월 11일 제주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모 씨(27)의 아버지(64)는 11일 “아들이 언어폭력에 시달리다 A4용지 6장의 고발장을 회사에 제출했는데도 회사가 방치해 죽음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보안업무 용역회사 소속으로 공항 출국장에서 신분 검사 등의 업무를 하던 김 씨는 지난해 10월 초 ‘입사 2년 선배인 강모 씨로부터 욕설 등 언어폭력을 수시로 당하고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회사에 제출했다고 한다. 김 씨는 강 씨와 같이 근무하지 않게 해달라고 회사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당시 노조 조직부장을 맡고 있었다. 김 씨는 이 노조에 가입했다가 지난해 8월 탈퇴했다.
김 씨의 아버지는 “회사 측이 사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에 어째서 노조 지회장이 참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들은 그날 면담에서 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아들이 문제를 제기한 뒤 한 달여 동안 회사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곧바로 조치를 했다면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 씨 아버지는 회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