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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판사’ 자청한 서울고법원장

입력 | 2019-01-12 03:00:00

최완주, 파주법원 지원… 28일 결정
“정년까지 법관으로 일하고 싶어”
지난해 박보영 前대법관 이어 주목




최완주 서울고등법원장(61·사법연수원 13기·사진)이 최근 소액 사건을 주로 다루는 시군법원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파주시법원에서 전임 판사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대법원에 전달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최 법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에서 법원장 퇴임 후에도 계속 법관으로 일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와 시군법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최 법원장은 또 “오랫동안 만 65세 정년까진 법관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시군법원에서 조용하고 성실히 재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최 법원장은 비교적 서울과 가까운 파주시법원을 희망했는데, 다른 시군법원으로 발령이 날 가능성도 있다. 최 법원장 근무지는 법원장 인사가 발표되는 이달 28일 결정된다.

임기 10년의 시군법원 전임 판사는 소송가액 3000만 원 미만의 소액사건을 주로 다룬다. 젊은 법관들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시군법원에 가기를 꺼린다. 그래서 비는 자리를 고위 법관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박보영 전 대법관은 “고향으로 돌아가서 지역 법률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며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으로 갔다. 지대운 전 대전고법원장은 인천지법 부천지원 김포시법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렇게 30여 년 판사 경력의 고위 법관들이 일명 ‘시골 판사’가 되길 원하는 이유는 법원을 떠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기보다는 판사직을 유지한 채 차분하게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변호사 개업을 해 전관예우 논란에 시달리는 게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고위 법관들이 앞장서서 궂은일을 하는 미풍양속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