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레저가 된 얼음낚시… 겨울이 뜨거운 곳
지난해 12월 22일 이번 겨울 처음 얼음이 언 강원 춘천시 지촌리에 빙어잡이에 나선 얼음낚시족들의 텐트가 촘촘히 모여 있다. 빙어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커뮤니티 제공
춘천호 상류에 위치한 이곳은 한국에서 가장 추운 철원보다 얼음이 빨리 얼어 얼음낚시 애호가들 사이에 얼음낚시 시즌의 ‘개막전’을 치르는 곳으로 유명하다. 얼음이 얼기에 최적화된 지형 때문. 지촌천에서 서북쪽으로 약 30km 떨어진 해발 1046m의 광덕산 백운계곡에서 시작된 물이 이곳으로 유입되는데, 사이에 위치한 오탄리 일대의 좁은 골짜기를 지나며 한껏 차가워진다. 차가워진 물이 수심 2∼3m로 비교적 얕은 지촌천에 넓게 퍼지면서 유속이 느려지고 수면 위로는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덮이면서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최근 한파가 지속되며 얼음 두께는 약 30cm에 이르고 있다. 기온이 올라가더라도 골짜기에서는 계속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 한번 얼어붙은 얼음은 쉽게 녹지도 않는다. 자연이 만들어준 ‘냉각시스템’인 셈이다.
물론 조 씨 ‘나 홀로’는 아니었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 아들 재연 씨(25)와 함께였다. 재연 씨는 “졸업이 코앞이라 취업 준비 등 머리가 복잡하던 찰나에 텐트, 낚시 장비 등을 주섬주섬 차에 싣는 아버지 모습을 보고 따라나서기로 했다”며 “빙어낚시를 즐기다 밤에 아버지와 텐트 안에서 동트는지도 모른 채 고민 상담 등 긴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버지의 경험이 녹은 인생 조언이 적잖이 도움이 됐다. 방학 동안 빙어뿐만 아니라 희망도 낚고 있다”며 웃었다.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얼음낚시가 최근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 좋은 가족레저로 거듭나고 있다. 강추위가 지속되면서 전국의 호수, 저수지 일대가 15cm 이상으로 두껍게 얼음이 얼며 동호인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로 얼음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평창송어축제에 참가한 한 남성이 송어를 잡고 기뻐하고 있다. 평창=뉴시스
빙어로 얼음낚시에 입문해 재미를 느낀 사람들이 산천어, 송어 등 빙어보다 큰 물고기 낚시 도전에도 나서고 있는 추세다. 20여 년간 계절을 가리지 않고 전국 곳곳에서 낚시를 즐긴다는 동호인 오수인 씨(55)도 “과거에는 낚시가 가족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개인 취미 정도로 여겨졌지만 빙어낚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캠핑 열풍이 더해지며 겨울 얼음낚시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전한 레저로 인식이 바뀌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얼음낚시 정보 커뮤니티 회원들 북적
즐빙 외에도 송어, 산천어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아이스피싱클럽’ ‘피싱아메리카’ 등 주요 포털 사이트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들도 최근의 얼음낚시 인기에 힘입어 빠르게 규모가 커지고 있는 추세다.
○ 지자체 얼음낚시 축제도 흥행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겨울 얼음낚시 축제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얼음낚시를 위한 모든 환경이 제공돼 낚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빈손으로 행사장을 찾아도 손쉽게 얼음낚시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낚시뿐 아니라 인근 놀이시설, 공연 등 ‘겨울종합세트’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31일 강원 평창군에서 열리고 있는 ‘제12회 평창송어축제’를 찾은 방문객들이 추위 속 얼음낚시를 즐기고 있다. 평창=뉴스1
2003년 1회 축제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총 1764만 명의 방문객이 즐긴 ‘세계 4대 겨울축제’로 각광받는 강원 화천의 ‘2019 얼음나라화천 산천어 축제’도 지난 토요일(5일)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얼음낚시 축제가 많은 사랑을 받는 국민 이벤트로 거듭나며 행사지역의 주요 숙박업체 등에서는 행사기간에 맞춰 숙박과 행사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내놔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좀 더 쉽게 얼음낚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얼음낚시가 인기를 끌면서 각 지역 낚시터는 쓰레기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들이 낚시를 즐기는 에티켓도 함께 지켜줘야 얼음낚시가 국민 레저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