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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백’ 취소 그날의 진실은? 아직 풀리지 않은 ‘통계 마사지’ 시도 전말

입력 | 2019-01-12 11:43:00




2017년 11월 14일 오후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게시된 국고채 매입(바이백) 취소 공고문. 기획재정부가 예정된 바이백을 취소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박해윤 기자]

2017년 11월 14일 화요일 오후, 국내 채권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채권시장이 장을 마감하기 1분 전인 오후 3시 29분, ‘기재부, 국고채권 매입(바이백·Buy Back) 취소 공고’라는 한 줄짜리 속보가 떴다. 이튿날인 11월 15일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1조 원어치의 국고채를 기획재정부(기재부)가 매입한다는 계획이 10월 말부터 공지됐는데, 이것이 하루 전날 전격 취소된 것이다. 

정부의 국고채 발행 관련 사무를 대행하는 한국은행에 채권시장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영문을 몰랐다. 기재부가 한국은행으로 보내온 공문에는 취소 이유가 적혀 있지 않았다. ‘2017년 11월 15일 시행 예정이었던 제12차 국고채권 매입이 취소되었음을 공고합니다.’ 이 한 줄짜리 문장이 전부였다. 한국은행 국고증권실 관계자는 “기재부에 직접 전화해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전례 없고 갑작스러운 바이백 취소로 채권시장 금리가 급등했다. 정부에 팔려고 매입 대상 국고채를 모아놨던 채권 딜러들이 대거 국고채 매도에 나서자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금리가 오른 것이다. 기재부의 명확한 해명이 없자 시장에는 온갖 추측이 나돌았다. 11월 14일과 15일 금융정보 전문뉴스 연합인포맥스가 출고한 관련 기사 제목들은 이렇다. ‘기재부 신뢰 무너지나…바이백 전일 취소에 채권시장 황당’ ‘IRS(금리스와프) 금리 상승…기재부 바이백 취소에 휘청’ ‘채권시장 ‘바이백 취소 해명 불충분…소통에 문제’’ ‘바이백 취소에 외국은행도 당황… ‘외인 투자자에 어찌 설명하나’’…. 

기재부는 11월 14일 “(바이백 취소는) 더욱 적절한 시점을 찾는 등 시기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던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채권 가격이 많이 떨어져 바이백 신청(보유한 국고채를 정부에 팔겠다는 의사 표시)이 안 들어왔을 수 있다’ ‘기재부 내 자금 스케줄이 꼬여 바이백에 사용할 돈 1조 원이 없었나’ ‘향후 바이백 스케줄과 수량을 조정하려는 듯’ 등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그리고 일주일 후인 11월 20일 발행된 한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로 외국인 투자자가 바이백이 취소된 대상 종목을 대규모 매도하면서 ‘사건’ 당일 금리가 급등한 것으로 분석됐다. 취소된 바이백 관련 종목 가운데 시장에 나온 것이 모두 4736억 원인데, 이 중 외국인 투자자가 내놓은 물량이 3159억 원으로 66%에 달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 11월 14일은 그해 채권 금리가 가장 높은 날로 기록됐다(그래프1 참조). 국고채 10년 만기 금리는 2.610%, 3년 만기 금리는 2.211%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신재민, “김동연·차영환이 적자국채 발행 요구”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및 적자국채 발행 의혹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1월 2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로 ‘바이백 취소’ 사건이 1년 2개월이 지난 현재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신 전 사무관의 바이백 취소 관련 폭로 내용의 요지는 이렇다. 2017년 당시 초과 세수가 15조 원에 이르자 기재부 국고국은 적자국채 발행을 줄이고 국고채를 조기 상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조기 상환으로 국가채무비율을 낮추는 것은 문재인 정부를 위해 정무적으로 해선 안 되는 일이고 갈수록 더 커질 국가재정 역할에 대비해 자금을 최대한 비축해둬야 한다며 적자국채 발행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시에 대응하느라 하루 전날 예정됐던 바이백을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이후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기재부는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그러자 이번에는 청와대 측에서 적자국채 발행을 강압했다고 한다. 신 전 사무관은 1월 2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영환 전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제2차장)이 기재부 국장,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한 2017년 11월 23일자) 보도자료를 취소하라 했다”고 주장했다. 

‘적자국채와 바이백의 상관관계’를 풀려면 먼저 관련 용어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나라 살림’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세금을 거둬들이는 것과 빚을 지는 것, 즉 국고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국고채는 그 용도에 따라 크게 세 종류가 있다(그림 참조). ①부족한 세수(稅收)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것(적자국채) ②만기가 돌아온 국고채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것 ③만기 도래 전 국고채를 미리 매입(조기 상환·바이백)하거나 교환하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고채 발행 규모를 정부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다. 국회 승인을 받은 한도에서만 발행할 수 있다. 연간 국고채 발행 한도는 위 ①, ②, ③ 국채의 합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적자국채(①)를 ‘순증’, 만기 국고채 상환(②)과 바이백·교환용 국고채 발행(③)을 ‘상환’으로 분류한다. 적자국채 발행은 신규 대출을 받는 것과 같아 나라 빚이 늘어나기 때문에 ‘순증’이라고 한다. ②, ③번은 없던 빚이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고, 기존 빚을 새로운 빚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기재부는 매 연말 다음 연도 연간 국채 발행 규모를 순증과 상환으로 나눠 발표한다(표 참조). 올해 국고채 발행 규모는 총 99조6000억 원으로, 순증 규모는 42조5000억 원, 상환 규모는 57조1000억 원이다. 

왜 정부는 아직 만기가 돌아오지 않은 국고채를 바이백, 즉 미리 사들이는 걸까. 

정부는 연간 발행 예정인 국고채를 매달 나눠 발행한다. 그런데 매달 쪼개 발행되느라 ‘덩치’가 작아진 국고채는 유동성이 떨어지게 된다. 국고채 금리는 회사채 금리(국고채 금리+개별 기업 신용도에 따른 가산금리)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높은 유동성을 유지함으로써 안정적인 금리 수준을 나타내야 한다. 이에 정부는 특정 기간 개별 발행한 국채를 한데 묶어 ‘통합발행’함으로써 국채의 덩치를 키운다. 3·5·10년 만기 국채는 6개월간, 20·30년 만기 국채는 1년간 통합발행한다. 

이러한 통합발행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바로 국고채 만기가 특정 기간에 몰리게 된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집중된 만기 시점을 분산하고자 일부 국고채를 바이백, 즉 미리 사들인다. 이렇게 조기 상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보통 새로운 국고채를 발행해 마련한다. 집중된 만기를 분산, 다시 말해 ‘만기 평탄화(平坦化)’를 위해 바이백을 실시하는 것이다. 

2017년 기재부는 28조7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10월 말까지 20조 원을 발행했기 때문에 8조7000억 원을 더 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금이 예상 외로 많이 걷혔다. 2017년도 초과세수가 약 14조 원으로 예상됐다. 일반 직장인으로 비유하자면 보너스가 두둑하게 들어왔는데,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꺼내 쓸 필요는 없는 법. 당시 기재부에서는 8조7000억 원의 적자국채 발행 가능 여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8조7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연간 2000억 원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다(연이율 2.3%로 가정). 2019년도 아동수당 예산이 2조1627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아동 10명 중 1명의 아동수당을 적자국채 발행을 줄여 ‘아낀 이자’로 감당할 수 있는 셈이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해 12월 30일 자신의 모교인 고려대 재학생·졸업생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린 ‘내가 기획재정부를 그만둔 두 번째 이유’라는 글에서 자신이 소속된 국고국에서는 적자국채를 더는 발행하지 않고, 8조7000억 원을 국고채 만기 평탄화를 위한 조기 상환에 일부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순증’ 줄여 ‘상환’에 사용

앞서 말했듯 국고채 가운데 ‘순증’ 주머니와 ‘상환’ 주머니는 따로 분리돼 있다. 상환 예산을 덜어내 순증 예산으로 포함시키는 것(즉, 만기 상환이나 만기 평탄화를 하지 않고 나라 빚을 더 증대시키는 것)은 국회 승인을 받지 않는 한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순증 주머니에서 일부 예산을 덜어내 상환 주머니에 포함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추가 대출을 줄이는 대신 헌 대출을 새 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허용되는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은 위 글에서 ‘2017년 11월 14일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추가 발행이 가능한 적자국채가 왜 8.7조 원이 되지 않는지 물었고, 이에 국고채 만기 평탄화를 위한 조기 상환으로 8.7조 원 중 일부를 사용해 실제 추가 발행이 가능한 적자국채 규모는 4조 원 정도라고 설명했다’고 썼다. 실제로 기재부는 2017년 1~7월 바이백을 전혀 하지 않다 8월 3조5000억 원, 9월 3조 원, 10월 3조5000억 원의 바이백을 실시했다(그래프2 참조). 

역시 같은 글에서 신 전 사무관은 ‘김 전 부총리가 현 시점에서 최대로 발행할 수 있는 적자국채 규모를 확인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에 가능한 재원을 다 끌어올 필요가 있어 이튿날로 예정된 바이백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썼다. 8조7000억 원의 적자국채 발행 여력 중 일부를 이미 바이백 등으로 사용한 상황에서 1조 원짜리 바이백을 시행하면 그만큼 적자국채 발행 가능 액수가 더 줄어드는 효과가 나기 때문에 바이백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바이백을 급작스레 취소한 이유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1월 1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그 당시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여부 논의,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 연말 국고자금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가피하게 결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1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른 부처, 청와대, 나아가 당과 국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완될 수도, 수용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정책 형성 과정’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바이백 취소 사태의 전후 사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재부 국고국 한 관계자는 “바이백을 취소한 것은 12월 적자국채를 발행할 경우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을 고려해 결정한 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12월은 채권시장이 한산한 때다. 채권 딜러들이 대거 휴가를 떠나고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도 12월 국고채 발행 규모를 다른 때보다 줄인다. 이 관계자는 “당시 최대 8조7000억 원의 적자국채 발행이 검토되고 있었기 때문에 12월 발행 국고채가 이미 예정됐던 4조6000억 원에 8조7000억 원이 더해져 13조 원 이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11월 15일 예정대로 바이백을 실시하면 12월에 바이백 자금 조달용 국채를 1조 원 더 발행해야 한다. 최근 10년간 12월 국고채 발행 규모는 5조 원 안팎이었다. 시장이 14조 원 이상(4조6000억 원+8조7000억 원+1조 원)의 국고채를 소화할 수 없을 것이므로 바이백을 취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추가 발행은 안 했다”

2017년 11월 14일과 15일 한바탕 소동을 겪은 기재부는 11월 22일로 예정됐던 1조 원 규모의 바이백을 취소 없이 진행하며, 12월에는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시장에 알렸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자라 보고 놀란’ 채권시장은 ‘솥뚜껑 보고 놀랄’ 걱정이 사그라지며 안정을 되찾았다. 신 전 사무관도 위 글에서 ‘바이백 취소 일주일 후 4조 원 후반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가 국고국장 등의 반대로 결국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썼다. 11월 23일 기재부는 12월 국고채를 4조6000억 원 발행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4조6000억 원은 만기 상환 등으로 이미 예정된 것이었고, 적자국채가 포함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적자국채 발행 소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의 11월 23일자 보도자료를 취소하라 요구했고, 이것이 관철되지 않자 국고채 발행에 대해 재공고를 내 발행을 추가하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김 전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보고하고자 했으나 청와대 측이 막았으며, 이에 김 전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혁신성장 전략회의 행사의 쉬는 시간에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사건이 완전히 끝났다’고 고파스에 올린 게시물에 썼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이 지목한 차영환 전 비서관이 당시 기재부에 연락한 것은 “12월 국고채 발행 계획을 취소하거나 보도자료를 회수하라 한 것이 아니라, 12월 발행 규모 등에 대해 최종 확인하는 차원에서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차 전 비서관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으로서 국채 발행에 대해 기재부와 긴밀히 협의한 것이며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은 맞지도 않고, 있지도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김 전 부총리 등 기재부 일부와 청와대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알면서도 적자국채 발행을 추진했는지 여부다. 기재부는 1월 1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8.7조 원 전액을 발행하지 말자는 의견과 이 중 일부(4조 원)만 발행하자는 의견이 주로 제기됐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 적자국채 4조 원이 발행됐다면 그달 총 발행 규모는 8조6000억 원(기존에 예정된 4조6000억 원+적자국채 4조 원)이 된다. 앞서 기재부 관계자가 설명했듯 12월은 채권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해마다 12월 국고채 발행액은 5조 원 안팎이다. 따라서 적자국채 포함 8조6000억 원의 국고채가 발행된다면 초과 물량이 3조 원이 넘는 셈이라 시장은 큰 충격을 피할 길이 없게 된다. 국고채 금리가 올라 회사채 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결론적으로 적자국채 추가 발행이 미수에 그친 것은 천만다행”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신 전 사무관은 “불필요한 국고채 발행으로 이자를 발생시키는 것을 막고 싶었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4조 원의 국고채를 추가 발행한다면 국가가 지불해야 하는 연이자는 920억 원이 된다(연이율 2.3%로 가정). 일각에선 김 전 부총리나 청와대가 이 정도 채권 발행이 시장에 미칠 충격을 모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풀리지 않는 ‘통계 마사지’ 시도 전말

2017년 11월 14일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18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이튿날로 예정됐던 국고채 매입(바이백)을 취소했다. [뉴시스]

신 전 비서관은 김 전 부총리나 청와대가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원했던 이유가 두 가지라고 주장했다. 적자국채 추가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다음 해 예산으로 활용하기 위해, 그리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올해 예산에서 쓰고 남은 돈을 세계잉여금이라고 한다. 국가재정법 제90조에 따라 세계잉여금은 이듬해 추가경정예산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세계잉여금을 활용하면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손쉽게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국가채무비율은 국채가 늘수록 높아진다. 문재인 정부는 세수에 비해 지출 증가 속도가 빨라 국가채무비율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 국가채무는 897조8000억 원,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6%로 전망된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해이자 문재인 정부의 첫 해인 2017년 국가채무비율이 높을수록 향후 문재인 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높여놨다는 지적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2017년 당시 4조 원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해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0.2%p 증가(38.3%→38.5%)에 그쳐 크게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 ‘남는 장사’를 하는 것이 존재 이유가 아니다. 국가는 경기 부양이나 복지정책 실행을 위해 국채를 발행해 국가 채무를 늘릴 수 있다. 정권의 철학에 따라 재정 건전성 유지와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 복지 실현 등의 무게추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신 전 사무관이 폭로한 적자국채 추가 발행과 그에 따른 바이백 취소 등 일련의 사태가 순수하게 정책적 판단에 의한 것인지, 의도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을 높여 정치적 이점을 챙기려고 한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황성현 한국재정학회 회장(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은 “국가가 지출하는 이자는 최소화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적자국채는 필요한 만큼만 최소한으로 발행하는 것이 옳다. 초과세수가 충분함에도 적자국채를 발행해 국가채무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려 했다면 올바르지 않은 처신”이라며 “실제로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했더라면 더 큰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72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