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균이가 졸업하고 (일을) 구하다 안돼서 경력직으로 들어가려고 태안을 갔어요. 그렇게 위험한 걸 알았으면 못 가게 했을 텐데. 야간이고 멀어서 힘들다고 (용균이가) 했는데 잘 참으라고 했었죠”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12일 하루 내내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알리기 위한 일정을 소화했다. 오후 1시께 특성화고등학교 청소년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진 게 시작이었다.
서울 광화문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 김미숙씨는 특성화고권리연합회 학생 5명과 만났다. 곧 노동 환경에 뛰어들게 될 청소년들의 질문을 받고 조언을 해 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아이들은 부모가 걱정할까봐 위험하다고 얘기를 안 한다. 하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직장에) 들어가도 바로 나와라. 내가 지켜야하는 것”이라며 “자기 노동 인권을 단체를 통해 가입을 해야지 보장된다. 꼭 가입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했다.
김미숙씨는 오후 3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故김용균 추모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결의대회’를 거쳐 5시에 광화문으로 이동해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4차 범국민 추모제’에 참가했다.
주최 측 추산 1000여명이 모인 이날 추모제에는 ‘내가 김용균이다’라는 머리띠를 두른 시민들이 모여 김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제도를 바꾸자는 결의를 다졌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 이준석 태안화력지회장은 “정치권에서 김용균씨의 동료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요구에 2018년이 가기 전에 마무리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사망 한 달이 돼가는 지금 정부의 민영화, 외주화 정책은 변한 게 없다. 부처 등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데 협의체를 논할 게 아니라 정부가 확실한 답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균 엄마입니다”라며 말문을 연 김미숙 씨는 담담한 목소리로 “용균이가 사고 난 지 한 달이 됐지만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다”며 “하루 빨리 일이 잘 해결돼 장례를 치러주고 싶은데 참 힘들다”고 말했다.
또 “특별근로감독은 우리가 신임할 수 있는 우리 쪽 사람들과 함께 조사가 이뤄져야 믿을 수 있는데, 회사 측과 나라가 정한 사람들로만 구성돼서 믿을 수 없다”며 “특별근로감독이 실행된 지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유가족에게 아무 중간 브리핑도 없고 답답하고 기다리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미숙씨는 “아들이 죽은 그 순간부터 힘이 들지만 다잡고 다잡아 또 여기저기 다닌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이 괴롭다”며 “기업이 잘못 행하는 것을 나라가 막지 못했고 오히려 힘을 보태주는 형국이다. 나라에서 책임지지 않으면 국민은 분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추모제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회의 변화를 원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여러 명이서 함께 왔다는 직장인 김남영(30)씨는 “SNS의 웹자보를 보고 왔다. 뉴스를 보고 충격 받았고 김용균법 통과 이후에도 근로 조건이 바뀌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결국 원회사가 직접 고용을 안하는 게 문제고 그래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기업 처벌을 강화해 책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행진을 이어간 후 마무리 집회까지 진행했다.
이날 4차 추모제는 서울 뿐 아니라 부산, 경기, 인천, 충남 등 전국 9개 지역에서 열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