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인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의 첫 조사를 마친 가운데 향후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추가로 한두 차례 비공개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번주 양 전 대법원장을 비공개로 재소환해 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후 신병 확보를 위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를 위해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하며 재소환 준비를 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된 조사는 오후 8시40분까지 이어졌고, 이후 조서 열람까지 총 14시간30분가량 청사에 머물다 자정 직전에 귀가했다.
다만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사건이자 전직 사법부 수장으로 안전 조치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신속하게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는 충분히 이뤄져야 하지만 안전조치 등의 문제로 가급적 최단기간에 신속히 종결하려고 한다”며 “(앞으로 조사를)한 번이나 두 번 정도에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에서 사실상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앞서 ‘공범’으로 영장이 청구된 법원행정처 간부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영장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사실상 같은 혐의를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이미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구속 당시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다”며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도 구속영장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은 데 이어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면 이 역시 헌정 사상 처음이 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및 법관 인사 불이익 등 사법부의 최고 책임자로서 각종 사법농단 의혹에 개입 및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현재 절반을 조금 넘는 분량의 조사를 남겨두고 있다. 향후 조사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법원 위상 강화를 목적으로 재판개입 및 정보수집 등을 통해 부당하게 헌법재판소를 견제한 의혹에 관해 신문할 계획이다.
헌재의 해산결정 후 제기된 옛 통합진보당의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및 잔여재산 가압류 사건 등과 관련해 일선 법원의 재판 내용과 결과에 개입하고, 파견 판사를 통해 헌재 내부 정보와 동향을 수집하며 헌재소장을 비판하는 취지의 대필기사를 제공했다는 혐의 등이다.
또 ‘정운호 게이트’, ‘부산 스폰서 판사’ 등 판사들의 비위 관련 재판에 개입하거나 수사정보를 유출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혐의와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으로 편성·집행했다는 혐의도 조사대상으로 남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조사 과정에서 실무진이 한 일을 알지 못한다는 등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받고 있는 40여개의 혐의에 관해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고, 기억이 없거나 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