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성 추문에 과연 안전지대는 없는 것일까.
빙상 여자쇼트트랙 ‘여제’ 심석희(22)가 미성년 시절부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성폭행을 당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포츠계가 온통 뒤숭숭한 가운데 레슬링여자국가대표팀에서도 불미스러운 사태가 있었다는 정황이 13일 포착됐다.
사건이 불거진 시점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이전이다. 장소는 이번에도 ‘태극전사·낭자들의 요람’ 진천선수촌이다. 대회를 준비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부 여자레슬링 선수들이 대표팀 지도자 A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듣는 이의 입장에서 국가대표 퇴출로도 충분히 해석될 법한 얘기였다. 선수들은 이후 대한체육회 선수인권위원회에도 신고했지만 역시 변화는 없었다. 대한레슬링협회도, 체육회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많은 레슬링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한 핵심인사는 “레슬링은 몸과 몸이 계속 부딪히는 종목이다”며 “아무래도 신체가 계속 접촉된다. A가 정말 순수한 뜻이라면 선수들에게 ‘나쁜 의도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쾌하게 생각했다면 미안하다’는 진심 어린 메시지만 보냈어도 무난하게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레슬링인도 “(선수들은) A의 행위에도 당황했겠지만 B의 발언이 더욱 서운했을 것이다. 선수들은 ‘결국 지도자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며 “제자들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보듬어줬다면 이렇게까지 갈등의 골이 깊어질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체육계는 비단 레슬링뿐만 아니라 전 종목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레슬링을 포함한 투기 종목을 주목하는 것도 사실이다. ‘심석희 사태’로 용기를 얻은 타 종목의 많은 여자 선수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리라 전망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