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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도 성 추문 논란…전 종목 확대 조짐

입력 | 2019-01-13 16:52:00


체육계 성 추문에 과연 안전지대는 없는 것일까.

빙상 여자쇼트트랙 ‘여제’ 심석희(22)가 미성년 시절부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로부터 상습적인 폭행과 성폭행을 당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포츠계가 온통 뒤숭숭한 가운데 레슬링여자국가대표팀에서도 불미스러운 사태가 있었다는 정황이 13일 포착됐다.

사건이 불거진 시점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이전이다. 장소는 이번에도 ‘태극전사·낭자들의 요람’ 진천선수촌이다. 대회를 준비해 나가는 과정에서 일부 여자레슬링 선수들이 대표팀 지도자 A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 도중 몸을 더듬는 등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계속되자 거부 의사를 전했음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고 참다못한 해당 선수들은 다른 지도자 B를 찾아갔다. 그런데 B는 오히려 A를 두둔했다고 한다. “계속 너희들이 이렇게 하면 선수촌에서 함께 훈련할 수 없다.”

듣는 이의 입장에서 국가대표 퇴출로도 충분히 해석될 법한 얘기였다. 선수들은 이후 대한체육회 선수인권위원회에도 신고했지만 역시 변화는 없었다. 대한레슬링협회도, 체육회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많은 레슬링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한 핵심인사는 “레슬링은 몸과 몸이 계속 부딪히는 종목이다”며 “아무래도 신체가 계속 접촉된다. A가 정말 순수한 뜻이라면 선수들에게 ‘나쁜 의도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쾌하게 생각했다면 미안하다’는 진심 어린 메시지만 보냈어도 무난하게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레슬링인도 “(선수들은) A의 행위에도 당황했겠지만 B의 발언이 더욱 서운했을 것이다. 선수들은 ‘결국 지도자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며 “제자들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보듬어줬다면 이렇게까지 갈등의 골이 깊어질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체육계는 비단 레슬링뿐만 아니라 전 종목에서 비슷한 사례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레슬링을 포함한 투기 종목을 주목하는 것도 사실이다. ‘심석희 사태’로 용기를 얻은 타 종목의 많은 여자 선수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리라 전망한다.

복수의 체육계 인사들은 “들불처럼 사회에 번진 ‘미투 운동’이 스포츠계에 불어오고 있다. 다만 치부가 드러내는 걸 불편해하는 일부 종목들이 서둘러 내부 단속을 하고, 피해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움직임도 꾸준히 포착 된다”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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