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군 마량놀토수산시장에서 열리는 토요음악회는 즉석 회뜨기 쇼, 퓨전 국악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방문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강진군 제공
몽마르트르 언덕은 개선문, 에펠탑과 함께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3대 명소다. 파리에서 가장 높은 언덕(해발 129m)인 몽마르트르에 오르면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몽마르트르는 근대미술을 꽃피운 예술가들이 거주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고흐나 피카소 같은 화가뿐만 아니라 시인, 소설가 등 문인들도 모여들어 예술의 열정을 불태웠다.
‘남도 답사 1번지’인 전남 강진에 ‘몽마르트 언덕’이 생긴다. 영랑 생가와 금서당(琴書堂), 사의재(四宜齋) 등 강진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자유분방함과 낭만이 넘쳐나는 명소로 가꾼다는 게 강진군의 구상이다.
강진군은 군청 뒤편 보은산 자락 야트막한 능선에 몽마르트 언덕을 조성하고 있다. 강진읍 남성리에서 동성리까지 1.5km 구간에 들어설 몽마르트 언덕에는 강진을 대표하는 명소가 많다. 언덕 초입에는 1993년 복원한 영랑 생가가 있다. 영랑 김윤식(永郞 金允植·1903∼1950)은 구수한 남도 사투리를 음악성 있는 시어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녔던 시인이다. 문간채 앞에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비가 서 있고 안채 앞에는 모란 수십 그루가 심겨 있다. 영랑은 자신의 시 80여 편 가운데 60여 편을 이 집에서 썼다.
영랑 생가 돌담을 따라 비탈길을 올라가면 금서당 옛터가 나온다. 금서당은 일찍부터 서당 역할을 했던 강진의 신교육 발상지다. 한동안 폐허로 버려져 있던 땅을 작고한 김영렬 화백이 사들여 화실로 썼는데 지금은 김 화백의 부인이 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마당에 서면 강진읍과 그 너머로 아득히 강진만이 바라다보인다. 금서당에는 김 화백이 그린 서양화 300여 점이 있다.
강진군은 영랑 생가에서 모란공원, 금서당, 북산공원, 한옥미술관, 사의재를 잇는 몽마르트 언덕을 2020년 말까지 완비해 개장한다. 33억 원을 들여 올해는 걷는 길을 닦는다. 내년에는 서당을 정비하고 안내판, 포토존, 소공원, 조형물 전망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김동남 강진군 문화유적팀장(54)은 “강진 몽마르트 언덕은 보은산 공원화 사업, 사의재 저잣거리 조성, 지난해 개관한 한옥미술관과 두루 연계돼 체험거리와 스토리가 풍부한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 올해의 관광도시, 강진
‘2019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강진군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관광 콘텐츠 개발과 환경 개선, 홍보 마케팅 등에 3년간 최대 25억 원을 지원받는다. 관광도시 선정을 계기로 강진군은 ‘사람과 문화, 이야기를 잇는 감성충전 관광도시’라는 비전과 목표를 정하고 남도 최고의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권역별 지역 특성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4개 권역을 각각의 테마로 묶어 관광벨트화한다. 4개 권역은 강진다원권(무위사·백운동정원·강진다원), 다산권(다산초당·다산테마공원·석문공원), 청자권(가우도·청자박물관·마량미항), 하멜권(전라병영성·하멜기념관·강진하멜촌)이다. 4개 권역의 인물과 경관, 농수축산물을 특화하고 골목투어를 비롯한 콘텐츠를 확충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모란공원, 영랑 생가, 오감통, 사의재 등지에서 테마가 있는 문화 상설공연을 진행하고 주요 관광지 통합예약 시스템도 구축한다. 지역 문화예술을 접목한 체류형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게스트하우스와 유스호스텔 같은 젊은이가 즐겨 찾는 중저가 숙박시설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