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완전한 비핵화’ 후퇴하나
화성-15형.
최근 미 국무부를 중심으로 워싱턴이 평양을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부터 폐기하자’는 시그널을 보내는 징후들이 포착된다. 미국의 비핵화 협상 실무를 지휘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1일(현지 시간) “최종 협상 목표는 미국인의 안전이다. 미 국민의 위험을 줄일 방법에 대한 북한과의 대화, 비핵화 협상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9일 한반도 전문가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란 표현을 잇달아 쓰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달성하기 어려운 비핵화 목표 대신 ICBM 제거 쪽으로 대북 정책이 수정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핵 시설물에 대한 전체 리스트를 공개하는 방식은 아니더라도 신뢰가 쌓이면 신고 리스트에 준하는 실사 확인이 가능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핵 폐기와 신고가 겸해지는 상태가 된다”고 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조정관은 미국의소리(VOA)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지만 단계적으로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그 수순을 밟아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악용해 비핵화 협상을 미국과의 핵 군축협상으로 변질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핵 동결(Freeze)에 그치고 핵 불능(Dismantle)으로 가지 못한다면 한국으로서는 계속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북-미가 2차 정상회담 과정에선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개념 정립을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핵 동결만 하더라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치적 선언에 그치는지, 영변 핵시설처럼 조건에 맞으면 국제검증단의 사후 감시도 계속 받겠다는 기술적 동결에 합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발표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은 북한을 향한 유화 제스처를 이어가고 있다.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11일(현지 시간) 외교관과 구호단체 활동가들을 인용해 국무부가 9일 북한에 대한 미국인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방북 금지를 해제하고 북한으로 향하던 인도주의 물자에 대한 봉쇄도 완화키로 한 결정을 국제 구호단체들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