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대부’로 꼽히는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인터뷰
문성현 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위원장실에서 동아일보와의 신년인터뷰를 했다. 지난해 말 폐암 수술을 받은 문 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기-승-전-격차해소’를 모토로 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경사노위가 논의 중인 탄력근로제 확대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 “노사 간 ‘빅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탄력근로제는 작업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늘렸다 줄여 평균근로시간을 법정근로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경영계는 현재 최대 3개월인 운용기간 확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동계의 숙원이다. 경사노위는 기존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개편해 청년, 비정규직, 소상공인 대표까지 참여시켜 지난해 11월 출범한 사회적 대화기구다. 문 위원장은 현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8월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에 위촉됐다.
노동계의 ‘대부’로 꼽히는 문 위원장의 별명은 ‘문전투’다. 1979년 프레스공으로 현장에 들어가 1980년대 노동운동을 주도했다. 1990년대에는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를 이끌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초석을 닦았다. 문 위원장은 “노조를 만날 때마다 임금을 나눠 사회연대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전투’가 보기에도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을 버려야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탄력근로제와 ILO 협약 비준 문제를 논의 시한인 1월까지 결론 낼 수 있나.
“탄력근로제는 예외적으로 허용하되 하루 최대 근로시간을 제한하거나 초과근로에 대한 금전적 보상안을 마련하면 된다. ILO 비준과 관련해 경영계가 요구하는 △단체협약 유효기간(현행 2년) 확대 △파업 중 직장 점거 금지는 노동계가 수용할 수 있다. 이렇게 서로 주고받는 ‘빅딜’로 대타협이 가능하다.”
―경영계는 ‘파업 중 대체근로’(파업 중 파업 참가자를 대체하는 근로자를 채용하는 제도)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한다.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어떻게 할 건가.
“일단 논쟁 지점을 최대한 좁혀 나가겠다. 최종 합의를 못 한다면 합의한 부분만이라도 일단 정리하고, 미합의 쟁점은 국회에 넘기겠다. 국회는 쟁점만 가지고 논의하면 된다. 그래야 2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와 ILO 비준 관련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지난해 5월 문 위원장의 폐에선 작은 종양이 발견됐으나 당시 노사정(勞使政) 대화를 복원하느라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급기야 종양이 두 배 넘게 커졌고, 지난해 말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1기로 판명돼 15일 만에 퇴원했다. 주변에서는 “좀 더 쉬시라”고 했지만 지난주 바로 출근했다. 탄력근로제 확대와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이달까지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최저임금 구간설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칫하면 공익위원 선정을 두고 갈등이 또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주도하기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했으면 좋겠다. 최저임금법에도 제도 개선 논의는 최저임금위가 하도록 돼 있다.”
―민노총이 올해 4번 총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경사노위 참여도 추진 중이다. 모순적인 것 아닌가.
“민노총이 절실하게 요구하는 게 있다면 경영계의 절실한 요구도 들어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럴 마음이 없다면 (경사노위에) 오지 않아야 한다. 경사노위에 민노총이 오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와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가 더 중요하다. 지금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책임감을 갖고 노동계를 대표해 노동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국민들이 한국노총에 많은 관심을 갖고 격려를 더 해줬으면 좋겠다.”
유성열 ryu@donga.com·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