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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벼랑, 2월이 오는게 두렵다”

입력 | 2019-01-14 03:00:00

특성화고-전문대-일반대-대학원 졸업생 최근 취업률 모두 하락세
지난해 구직 포기 250만명 넘어, “올해 더 어려워진다니 앞이 캄캄”




수도권 상업고 3학년 이모 양은 다음 달 졸업을 맞는 게 두렵다. 지난해 4월부터 20여 곳에 취업 원서를 냈지만 모두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졸업한 선배들은 전교생 320명 중 200명 넘게 취업했는데 올해는 120명 정도밖에 취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선배들을 뽑은 기업 중 상당수가 올해는 아예 채용 공고조차 내지 않았다. 이 양은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기업들이 신입을 뽑을 여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각종 취업 통계는 학력의 높고 낮음을 불문하고 사회로 진입하려는 모든 취업계층이 사상 유례없는 ‘취업 한파’를 겪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해 교육통계에 따르면 특성화고 취업률은 65.1%로 전년도(74.9%)보다 9.8%포인트나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64.7%)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대학 졸업자라고 다르지 않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교육부의 ‘201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전문대·일반대·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이 일제히 하락했다. 전문대(69.8%)와 대학원(77.7%) 취업률은 3년간 이어져온 상승세가 꺾였고, 일반대 취업률(62.6%)은 201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2년째 취업에 도전하고 있는 양모 씨도 40군데에 취업 원서를 냈지만 아직까지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다. 그는 “경제가 나빠져 올해는 사람을 더 안 뽑을까 봐 너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4년제 주요 대학을 졸업한 이모 씨는 “좋은 학점에 높은 토익 점수, 대기업 공모전 다수 수상, 인턴 경력까지 웬만한 건 다 갖췄는데도 면접마다 ‘올탈(전부 탈락)’”이라며 “미래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2014년 국내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 유학을 다녀온 신모 씨는 귀국 후 자존감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3개월 동안 9곳에 지원했는데 모두 떨어져 3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연구소 보조로 일하고 있다”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대학원 진학 대신 그나마 취업이 나았던 2014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2019년 대한민국의 끝 모를 취업난 속에서 청년들은 묻는다. ‘우리는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를 원하지 않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어디에 진학해 무엇을 공부하든 도통 열리지 않는 취업시장 앞에서 청춘들은 속수무책인 것이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간 실업 상태에 있거나 일거리를 찾지 않는 인구는 250만 명을 넘어섰다.

임우선 imsun@donga.com·최예나·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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