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로 듣는 진로교육의 문제점과 해결책 찾기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일보 사옥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좌담회 참석자. 왼쪽부터 김현주 방이중 진로전담교사, 이건재 미양고 교장, 송현섭 면목고 교장, 이정희 공릉중 교장, 유석용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서라벌고 교무부장).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진로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금의 아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이다. 시간이 걸리고 교사와 학부모까지도 더 노력해야 하는 측면에서 학교 현장에서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교육은 물건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 아닌 만큼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진로교육의 가치는 공감하지만 진학이 우선시되는 현실을 무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선 학교에서 학부모의 진학교육 중시 요구를 방패로 진로교육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어 그 해결책을 찾는 게 시급하다.
한국 교육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고 있는 서울시 진로교육 해법을 찾기 위한 자리가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일보 사옥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마련됐다. 이 자리에는 송현섭 면목고 교장, 이건재 미양고 교장, 이정희 공릉중 교장, 유석용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서라벌고 교무부장), 김현주 방이중 진로전담교사가 참여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왔다.
진로교육 의미 살리지 못한 정책이 원인
진로교육 목표는 기본 역량 키워주기
주석훈 교장=진로-전공-학업능력-대학진학이 연계될 수 있도록 중학교와 고등학교 진로교육체계가 짜여야 한다. 중학교에서는 진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활동이 중심이 돼야 하고, 고교에서는 대학 진학을 위한 연계작업을 강화해야 한다. 대학에서 선택할 전공을 염두에 둔 과목 선택과 역량 개발, 학업 능력 향상이 모든 학생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진로교육 체계화가 필요하다. 진로가 중심이 돼 교육을 이끌어 가는 것인 만큼 진로전담교사의 업무영역이 지금보다 넓어져야 하고 의식 변화도 요구된다. 대학도 지금처럼 진학 정보만 주거나 단순한 전공 정보를 알리는 데서 벗어나 고교에서 진로교육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
이정희 교장=중학교 자유학기제는 다양한 직업체험을 경험한 학생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찾아보려는 시도를 하는 등 진로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로교육의 본질에 다가가려면 학교에서는 특정 직업에 맞는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변화하는 사회와 직업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중학교 진로교육은 체험활동과 진로상담이 더욱 활성화돼 학생 개개인의 진로설계와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생애를 통틀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필요한 것을 스스로 익히는 자세를 공교육을 통해 기를 수 있어야 한다.
이건재 교장=신설될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 차원의 진로교육 지원체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 국가진로교육센터는 일회성 행사 위주에서 벗어나 관계자 연수나 진로교육 기초 연구 등 장기적인 진로교육정책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일들을 해야 한다. 중고교의 체계적인 진로교육시스템 개선도 요구된다. 중학교에서는 △자유학년제 정착 △학년별 진로전담교사 배치로 고교 진학 전 진로를 결정하기 위한 실질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중학교 졸업 후 상급 학교에 가기 전 1년 동안 직업체험을 하는 전환 학년제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 고교는 대입 위주 고교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특성화고를 세분하고 일반고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 이수가 불가능한 학생들을 위한 공립형 대안학교 개설을 제안한다.
진로교육은 모두가 하는 것
김현주 교사=학교가 자율성을 갖고 진로교육 활성화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체험이 중요한 중학교 진로교육에서 인솔할 교사가 모자라 체험활동을 줄이고 있다. 지자체 진로교육 예산 편성과 마을 결합형 학교 예산 배정에도 융통성을 발휘하면 체험 교육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지역적 균형도 맞을 것이다. 중학교의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진로전담교사를 위한 연수가 필요하다. 현장에 필요한 연수가 없어 진로전담교사들끼리 모여 스타트업, 코딩 등 시대 흐름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다.
송현섭 교장=진로교육은 학교만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학부모, 지방자치단체,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진학 의욕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한 직업교육도 필요하다. 현장에는 다양한 진로교육 수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진로교육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들이 진로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사립고에서는 다양한 교과 교사가 없어 학생들이 교과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사 자원이 풍부한 공립과 사립학교 간 교원 교류가 필요하다. 진로전담교사들이 진학을 알고 진로지도에 나서면 더 효과적이다.
유석용 회장=진학 위주 교육에서 진로교육이 영역을 넓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다행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진로교육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조 교육감의 뜻을 뒷받침할 실무그룹이 없는 것도 서울의 진로교육이 지지부진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성적이 높든 낮든 모든 아이를 보듬는 교육에 필요한 것은 모든 교사가 진로마인드를 갖고 수업에 임하는 것이다. 진로교사를 충원할 때 연공서열보다는 진로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열정을 더 고려해야 한다. 학생 수가 500명 이상인 학교에는 진로전담교사를 늘려야 한다.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업 집중도가 다소 떨어지는 여름과 겨울방학 전 학기말고사 이후, 2월 등교기간 등을 이용해 진로교육의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알려야 한다. 교사 대상 진로교육을 1, 2월 중에 필수 연수로 실시해 새 학기 학생지도에 적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야 한다.
정리=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