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명의 유골을 함께 묻을 수 있는 우라야스시 수림형 합장묘. 유골은 흙이 되기 쉽도록 비단으로 된 주머니에 싸여 매장된다.
“나중 일을 생각해 미리 신청해두려고요.”
올 4월 완성되는 일본 오사카(大阪)부의 합장묘 담당 창구를 방문한 여성(78)은 85세의 남편과 단둘이 산다. 몇 년 전 남편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큰 자택을 비우고 역 근처 작은 맨션으로 옮겼다. 집안 대대로 이어져온 묘지도 있지만 장남(56)은 후쿠시마(福島) 현, 장녀(54)는 도쿄에 살고 있다. 그녀는 “아이들이 오사카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자택은 빈집이 될 것”이라며 “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합장묘라면 지방자치단체가 공양, 즉 제사를 지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그녀는 집안 묘지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14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른 사람과 유골을 한꺼번에 묻는 공영 ‘합장묘’가 일본 대도시권에서 급증하고 있다. 도쿄도와 20개 주요도시 중 13개 지역은 이미 공영묘지에 합장묘를 설치했고 3개 지역은 새로 만들고 있다. 새로 조성 중인 곳까지 포함해 16개 지자체에서 수용할 유골은 2021년 43만 명 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도시권에서 합장묘가 급속히 늘어나는 배경에는 초고령화에 의한 사망자 증가가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 추계에 따르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1947~1949년생)가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 연간 사망자는 151만 명에 달하게 된다.
합장묘는 묘지 사용료가 싸고 관리가 필요없다는 점에서도 선호된다. 개별 매장의 경우 묘지 사용료로 최소 100만 엔이 필요하지만 합장묘는 10만엔 이하다. 이곳에 묻히겠다고 생전에 예약하는 사람들은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세대. 자식이 없거나 멀리 떨어진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보다 이웃과 함께 묘에 묻히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다.
장의문제 전문가인 시라하세 다쓰야(白波瀨達也) 모모야마(桃山)학원대 교수는 “핵가족의 원형인 단카이세대가 고령화되면서 가족이 묘를 지킨다는 개념은 확연히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인과 함께 묻히는 것에 대한 저항감보다 비용과 관리에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묘지가 안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일본에서는 2025년 전체 세대에서 1인 세대의 비중이 37%, 부부만의 세대가 21%로 전망된다. 이미 묘지의 4분의 1에서 계승자가 없다는 통계도 나온다. 관리되지 않는 묘들은 무연고 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