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비서 ‘빅스비’ 연구책임, 래리 헥 삼성전자 전무
그렇다면 기업들은 AI로 돈을 벌 준비가 돼 있는 걸까. 다소 원초적인 질문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실리콘밸리의 한 정보기술(IT) 기업 임원은 “그건 마치 갓난아기에게 앞으로 커서 꿈이 뭐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기술 수준을 바로 수익성과 연결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평가였다. 다만 기업들이 각자 보유한 기술로 경쟁하던 이제까지와는 달리 AI는 일종의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이를 누가 적절히 활용해 어떤 디바이스로 구현해내는지,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어떤 제품으로 다가갈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AI 음성비서 ‘빅스비’의 연구책임자인 래리 헥 삼성전자 전무(사진)도 10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삼성전자 부품(DS) 부문 미주총괄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산업은 이제 막 ‘여정’을 시작한 수준”이라며 “최근 5, 6년간 급속한 발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헥 전무는 삼성전자가 2017년 말 야심 차게 영입한 ‘AI 구루(스승)’다. 미국 야후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를 거친 음성인식 기술 전문가로 MS와 구글에서 각각 ‘코타나’와 ‘구글 어시스턴트’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AI 비서가 진정 꼭 필요한 서비스로 거듭나려면 현재의 ‘커스터마이즈드’(customized·개인 요구나 취향에 맞춰주는 수동적인 개념)보다 심화된 ‘퍼스널라이즈드’(personalized·개인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능동적인 개념)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현재 가능한 기술은 ‘인기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서 예약해달라’ 또는 ‘인근의 우버를 찾아달라’ 정도지만 사용자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딸의 성적을 보여달라’는 수준의 철저히 개인화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 70억 명의 인구 숫자에 맞춘 개별 서비스를 만들 순 없으니 AI 비서는 결국 최대한 많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사용자 니즈를 확보하고 이 가운데 중복되는 내용들을 데이터베이스로 쌓아 학습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AI 어시스턴트들이 1, 2개의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개발돼 있다면 향후의 AI 플랫폼은 사용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기와 함께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삼성전자에 합류하기로 결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와 스마트가전, 스마트폰 등 매년 5억 대의 기기를 판매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다양한 기기를 통해 사용자와 수많은 상호작용을 하며 사용자를 이해하게 될 때 AI도 배움의 속도가 빨라지고 정확도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산호세=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