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명운 가를 대전환 시기 美와 경협 이견, 日과 과거사 갈등… 中-러와도 외교적 거리 못좁혀 “남북관계 치우친 정부 전략 부재… 북핵 해법 열쇠 쥔 4강 놓칠 우려”
#1. “어떻게 대통령비서실장 후보에 미중일러 4강 대사가 한꺼번에 거론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12월 말 여권 핵심 관계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후임 인선이 한창일 때 이렇게 말했다. 노영민 주중 대사가 최종 발탁됐지만 조윤제 주미 대사, 이수훈 주일 대사가 동시에 거론됐고, 우윤근 주러 대사는 본인이 고사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이제부터 4강 외교를 기반으로 북핵 장기전에 들어가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2. 요즘 미국의 지한파 인사들은 방한 시 외교 관계자들을 만날 때 자주 “한미 관계를 이대로 둘 거냐”고들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말은 지금 북핵 해법을 둘러싼 한미 양국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까지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미 간 정책 차가 너무 커서 이제는 숨길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실제로 4강 국가별 현안들은 봇물 터지듯 불거지고 있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개성공단 재개 여부를 앞두고 남북 경협 과속 논란도 여전히 산 넘어 산이다. 일본과의 협력은 위안부 합의 재검토, 화해치유재단 강제 해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레이더 갈등 등으로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방북하는 순간 삽시간에 나머지 두 나라와의 외교적 거리도 멀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 4강 외교 최전선에 있어야 할 대사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수준이다. 주재국에서의 존재감이 이전만 못하다는 얘기다. 조윤제 주미 대사만 해도 북핵을 실무 총괄하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한 외교계 원로는 “대통령의 복심들이 부임했지만 주재국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심어줄 역량은 부족한 듯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