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담당 등 ‘일본통’ 적폐 몰린탓 미국통도 찬밥… 네트워크 무너져
“A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
카운터파트가 바뀐 지 한참 지났는데도 만날 때마다 상대국 관계자에게 알고 지내던 해당국 외교관의 안부를 묻는 것은 외교부의 오랜 관례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말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20∼30년간 대미·대일 외교를 책임져 왔던 ‘워싱턴 스쿨’(미국통 외교관) ‘저팬 스쿨’(일본통 외교관) 출신들이 줄줄이 교체된 흐름과 무관치 않다. 새 정부 들어 적폐로 몰리거나 한직으로 밀려나고 그 자리를 다자, 경제 전문 외교관들이 차지한 데 따른 것이다.
비교적 순탄하게 넘어갈 수 있는 양자 현안이 갈등으로 부각되는 것도 이 같은 네트워크가 흔들리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실제 최근까지 언제든지 국무부 핵심 관계자들과 연락하면서 미국통으로 불리던 이들이 보직을 잃고, 일본군 위안부 합의 당시 당국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면서 외교부 내의 ‘전문가 그룹’은 명맥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주일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한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본부에서도 일본 업무를 맡길 사무관을 찾아 제발 와달라고 애걸복걸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