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
‘불과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문제의 크기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조현병만 하더라도 평생 유병률은 약 1% 수준. 일평생 살아가면서 조현병에 걸릴 확률이 100명 가운데 1명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조현병 유병 환자만 한국에 최소 50만 명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등록 마음 장애인은 10만 명밖에 없다. 나머지의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
다른 통계자료를 보자. 등록된 마음 장애인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4.5%에 불과하다. 전체 장애인의 4대 보험 가입률은 63% 수준이다. 고용의 질을 떠나 직업을 갖고 있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
마음 장애는 조기에 발견해 제대로 된 치료를 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 나갈 수 있다. 그런데 본인과 가족들도 정신질환자라는 것을 숨기려 하고, 우리 사회는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이 때문에 적기의 치료시기를 드물지 않게 놓친다. 이에 증증 정신질환자가 더 많아지게 되고, 뒤늦게 입원을 하게 돼 재원 기간도 길어지며, 퇴원 후 머물 공간도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마음 장애인들의 소재가 불분명한 이유는 고용과 주거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입원 치료 후 집단생활시설(group home)이 제공되고 직업재활 등을 통해 적절한 일자리가 유지되어야 하는데 마음 장애인에게는 일할 공간이 없다.
국민의 인식 개선과 함께 중앙정부의 정신질환 관련 예산도 더 확충되어야 한다. 2018년 보건복지부 보건예산 가운데 정신질환 관련 예산은 1.5%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수준이 약 5%다. 우리나라도 OECD 평균 수준까지 예산을 확보하고 관련 사업을 펼칠 때가 됐다.
지난해 말 정신질환자에 의한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고(故) 임세원 교수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 혼란 속에서도 고인의 유족들은 “안전한 진료환경과 함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임 교수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올해는 안전한 진료환경 속에서 마음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