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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들던 ‘토종 마운드’ 볕드나

입력 | 2019-01-15 03:00:00

공인구 반발력 낮춰 비거리 줄고
개장 앞둔 대형구장 NC파크도 잠실보다 담장 60cm나 높아
흔치 않던 ‘10승 투수’ 늘어날 듯




최근 공정 90%를 넘기며 다음 달 28일 완공을 앞두고 있는 프로야구 NC의 새 안방구장인 창원NC파크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 잠실구장과 비슷한 ‘투수친화구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창원=뉴스1

반발력 낮아진 공인구, 새로 문 여는 창원 NC파크는 투수들 기를 살릴까.

최근 몇 년 동안은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투수들에게 가혹한 시간이었다. 10개 구단 체제를 맞아 경기 수가 많아지고 팀별로 투수층이 얇아지며 타자들의 홈런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연간 720경기에서 1500개 내외로 나온 홈런 수는 지난 시즌 1756개로 급증했다. 한때 리그 홈런왕도 가능했던 ‘30홈런대 타자’도 팀당 1명 이상(총 11명)은 있을 정도로 흔해졌다.

어퍼 스윙으로 ‘띄우는’ 타구를 만드는 타격 자세로 바꾼 타자가 늘었고 이들의 타구는 생각보다 멀리 뻗어 담장 밖으로 날아가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현역 시절 통산 120승을 거둔 한용덕 한화 감독은 “타자들이 세져 내가 요즘 뛰어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투수의 심정으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10개 구단 체제 이후 첫해(2015년) 13명이던 ‘토종 10승’ 투수도 2016시즌 후 간신히 두 자릿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10승 투수 1명이 거둔 평균 승수도 12.5승(2015년)에서 12승(2018시즌)으로 줄었다. 두산(3명), SK, 넥센, LG(이상 2명), KIA(1명) 외의 5개 구단에서는 토종 10승 투수를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KBO가 공인구 반발력을 조정하기로 함에 따라 투수들이 기를 펼 일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 KBO는 올해 시범경기부터 반발계수를 일본야구기구(NPB) 공인구와 같은 수준(0.4034∼0.4234)으로 낮출 예정이다. 기존보다 약 0.01 낮은 수치. 이럴 경우 타구가 약 5m가량 덜 뻗게 되는데 지난해까지 담장을 간신히 넘으며 투수들의 기를 죽인 타구는 외야수에게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

올 시즌 새로 개장을 앞둔 창원 NC파크도 홈런 감소에 적잖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에서 가운데 담장까지 121.9m, 좌우 중간 담장까지 123m의 대규모로 지어져 ‘투수친화구장’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 제일 큰 서울 잠실구장과 비교해 중간 담장까지 거리가 3m가량 짧지만 담장 높이가 3.3m로 잠실보다 약 60cm 높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C 타자 모창민은 “구장을 봤는데 타자들이 위축될 만한 규모였다. (지난해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전보다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수들의 심리적인 부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부분들이다. 지방 구단의 한 투수는 “홈런을 맞을 수 있다는 부담감에 원래 가지고 있는 장점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무너졌던 측면이 있다”며 “홈런 부담이 준다면 좀 더 공격적인 투구로 ‘10승’에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