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휘부 축출-핵무기 제거 포함 반발 감안해 2주서 기간 축소… 트럼프 ‘훈련 취소’ 선물로 쓸수도
하와이 배치된 美 B-2 폭격기 10일(현지 시간) 미국 하와이주 진주만의 히컴 기지 활주로 위에서 미 전략폭격기 B-2 스피릿(위)이 착륙을 위한 하강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B-2 스피릿 3대와 미 공군 200명은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 기지를 떠나 히컴 기지에 배치됐다. 이 비행기는 미군의 인도태평양지역 순찰 및 주요 동맹국들과의 군사 협력에 쓰인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제공
14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 실무진은 최근 키리졸브 훈련을 실시하되 기간을 10일가량만 시행키로 했다. 소식통은 “훈련 내용이 일부 바뀐 점, 북한이 키리졸브를 ‘북침 핵전쟁 망동’이라며 반발해온 점,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군 당국은 ‘중대한 결의’라는 뜻을 담은 키리졸브 명칭도 바꾼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역시 한미 훈련에 민감한 북한을 고려한 조치였다.
키리졸브 훈련이 실시되면 약 1년 만에 한미 연합 대규모 지휘소 훈련이 재개되는 것이다.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지난해 8월 실시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전격 취소됐다. UFG는 키리졸브와 함께 양대 한미 연합훈련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키리졸브 실시 이후 9개월 가까이 대규모 지휘소 훈련이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훈련 기간을 축소하기로 한 올해 키리졸브 계획이 전격 취소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다음 달 말 연습 예비 단계인 위기 관리 연습(CMX)을 시작으로 3월 4일부터 본연습을 시작하는데 이는 북-미 2차 정상회담 개최 예상 시기와 겹친다. 북-미 정상회담이 2월 말 전에 열린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미 확정해둔 훈련 계획을 전격 취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 가시적인 비핵화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 전략으로 훈련 취소 카드를 내밀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추가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군 소식통은 “한미 정부 최고위급 결단에 따라 훈련 계획은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다”면서도 “훈련 중단 기간이 더 길어지면 대북 군사 대비 태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군 내부에선 훈련이 계획대로 실시되길 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