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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연구원만 100명… 댐-수도-하수 관리 일원화로 깨끗한 물 공급”

입력 | 2019-01-15 03:00:00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10일 대전 수자원공사 본사에서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물에 대한 ‘공개념’ 인식을 강조했다. 물을 공공재로 여길 때 지역 간, 주민 간 물 분쟁을 해결하고 상생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북한은 임남댐(금강산댐)으로 가둔 물의 상당 부분을 원산 쪽으로 돌려 수력발전에 활용하고 있어요. 만약 이 물을 그대로 흘려보낸다면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북한강 수량이 지금보다 40∼50% 늘어날 거예요. 북한은 우리에게 물을 공급하고, 대신 우리는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워터-에너지 교환(Water-Energy Trade)’ 협력은 어떨까요?”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60)은 “수자원 확보를 위해서라도 남북 협력이 중요하다”며 ‘큰 그림’을 소개했다. 지난해 5월 환경부로 물 관리 일원화가 이뤄지면서 수자원공사도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소속 부처가 바뀌었다. ‘건설’에서 ‘환경’으로 중심 이동이 이뤄진 만큼 수자원공사의 역할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사장은 10일 대전 수자원공사 본사에서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서 깨끗한 수돗물을 강조하며 ‘수질’이란 단어를 16번이나 썼다.

―수돗물을 바로 먹기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크다.

“2012년 프랑스산 생수 에비앙 등이 참가한 세계물맛대회에서 우리나라 수돗물이 7위를 한 적이 있다. 맛은 물론이고 품질에서도 우리나라 수돗물은 세계적 수준이다. 국가가 정한 검사 항목은 92가지지만 우리는 500여 개 항목을 검사한다. 세계에서 가장 깐깐하게 품질을 관리하는 셈이다. 세슘과 같은 방사성물질은 물론이고, 설사를 유발할 수 있는 엔테로바이러스까지 전부 검사한다. 수질을 연구하는 인력만 공사에 100명이 넘는다.”

―물이 좋아도 수도관이 더러우면 소용없지 않나.

“수자원공사가 광역 단위로 물을 판매하는 도매업자라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소비자에게 물을 파는 소매업자다. 광역상수도는 우리가 관리하지만 각 지방상수도 관리는 지자체 몫이다. 전국 광역상수도는 약 5500km로, 이 중 30년 이상 된 노후관은 736km다. 지난해 273km를 개량했다. 문제는 재정은 열악하고 전문성은 떨어지는 지방상수도 관리다.”

―결국 수돗물 품질이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인 건가.

“그렇다. 이는 지역 간 ‘물 복지’의 형평성 문제다. 가격도 지역마다 다르다. m³당 수도요금이 437원에서 최대 1390원까지 차이가 난다.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의 통합관리는 물 관리 일원화의 첫 과제다. 통합관리를 하면 물의 질을 높이고 지역 간 요금 격차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우리 공사가 지자체 23곳의 위탁을 받아 지방상수도를 관리하는데, 수탁 이후 절감된 누수량이 8억9000만 t으로 팔당댐 저수용량(2억4000만 t)의 3배가 넘는다.”

―올해 6월 물관리기본법이 시행되면 유역별로 물관리위원회가 구성된다. 현재 대구시와 경북 구미시, 부산시와 경남도 간에 물 분쟁이 심하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물 분쟁을 풀려면 특정 지역 문제로 보지 말고 물이 가진 ‘공공성’에 집중해야 한다. 강이 내 지역을 지난다고 그 물을 ‘내 물’로 봐선 안 된다. 물에 대한 공개념을 전 국민이 공감하면 물 분쟁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월에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한다. 현재 모니터링 결과는 어떤가.

“환경단체는 보를 개방하자고 주장하고, 인근 주민들은 취수 용이성을 이유로 보 개방에 반대한다. 2011년 말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된 지 약 7년이 지났다. 새로운 시설이 생기면 그 주변 생태계도 함께 변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하나의 답을 정해 놓고 갈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다만 대부분의 보를 개방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를 개방하면 확실히 수질이 좋아지나.

“오염원이 유입되지 않으면 보를 막아도 물은 깨끗하다. 하지만 오염원이 많으면 보를 개방해도 물 흐름이 적은 부분에서 녹조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보를 막았을 때의 영향과 주변 오염원을 모두 검토해야 한다. 현재 보 대부분을 개방한 만큼 강 주변 오염원을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보 철거도 검토하고 있나.

“개방과 철거는 전혀 다른 문제다. 많은 돈을 들여 지역 주민에게 보상을 하고 보를 만들었다. 바로 철거하면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클 것이다.”

―물 관리 일원화가 진행 중이다. 효율적인 물 관리 일원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물 관리 일원화는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한 물을 접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재 우리가 먹는 물의 이동 과정을 보자. 예컨대 소양강댐을 나와 수도를 거쳐 우리가 사용한 뒤 하수로 간다. 이 하수로 나가는 물을 폐수, 즉 쓸 수 없는 물(waste water)로 보지 말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reusable water)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수자원공사는 건강한 물 순환 고리를 만들 능력이 있다. 다만 누군가는 상하수도 관리기관을 감독해야 한다. 수자원과 관련한 여러 기관이 각각의 설립 목적과 전문성을 살려 실행기관과 감시·규제 기관으로 역할을 나눈다면 물 관리 일원화의 취지와 목적을 더 잘 살릴 것으로 판단한다.”
 
대전=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