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10일 대전 수자원공사 본사에서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물에 대한 ‘공개념’ 인식을 강조했다. 물을 공공재로 여길 때 지역 간, 주민 간 물 분쟁을 해결하고 상생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학수 한국수자원공사 사장(60)은 “수자원 확보를 위해서라도 남북 협력이 중요하다”며 ‘큰 그림’을 소개했다. 지난해 5월 환경부로 물 관리 일원화가 이뤄지면서 수자원공사도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소속 부처가 바뀌었다. ‘건설’에서 ‘환경’으로 중심 이동이 이뤄진 만큼 수자원공사의 역할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 사장은 10일 대전 수자원공사 본사에서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서 깨끗한 수돗물을 강조하며 ‘수질’이란 단어를 16번이나 썼다.
―수돗물을 바로 먹기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크다.
―물이 좋아도 수도관이 더러우면 소용없지 않나.
“수자원공사가 광역 단위로 물을 판매하는 도매업자라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소비자에게 물을 파는 소매업자다. 광역상수도는 우리가 관리하지만 각 지방상수도 관리는 지자체 몫이다. 전국 광역상수도는 약 5500km로, 이 중 30년 이상 된 노후관은 736km다. 지난해 273km를 개량했다. 문제는 재정은 열악하고 전문성은 떨어지는 지방상수도 관리다.”
―결국 수돗물 품질이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인 건가.
“그렇다. 이는 지역 간 ‘물 복지’의 형평성 문제다. 가격도 지역마다 다르다. m³당 수도요금이 437원에서 최대 1390원까지 차이가 난다. 광역상수도와 지방상수도의 통합관리는 물 관리 일원화의 첫 과제다. 통합관리를 하면 물의 질을 높이고 지역 간 요금 격차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우리 공사가 지자체 23곳의 위탁을 받아 지방상수도를 관리하는데, 수탁 이후 절감된 누수량이 8억9000만 t으로 팔당댐 저수용량(2억4000만 t)의 3배가 넘는다.”
“물 분쟁을 풀려면 특정 지역 문제로 보지 말고 물이 가진 ‘공공성’에 집중해야 한다. 강이 내 지역을 지난다고 그 물을 ‘내 물’로 봐선 안 된다. 물에 대한 공개념을 전 국민이 공감하면 물 분쟁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7월에 4대강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한다. 현재 모니터링 결과는 어떤가.
“환경단체는 보를 개방하자고 주장하고, 인근 주민들은 취수 용이성을 이유로 보 개방에 반대한다. 2011년 말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된 지 약 7년이 지났다. 새로운 시설이 생기면 그 주변 생태계도 함께 변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하나의 답을 정해 놓고 갈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다만 대부분의 보를 개방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를 개방하면 확실히 수질이 좋아지나.
―보 철거도 검토하고 있나.
“개방과 철거는 전혀 다른 문제다. 많은 돈을 들여 지역 주민에게 보상을 하고 보를 만들었다. 바로 철거하면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클 것이다.”
―물 관리 일원화가 진행 중이다. 효율적인 물 관리 일원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물 관리 일원화는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한 물을 접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재 우리가 먹는 물의 이동 과정을 보자. 예컨대 소양강댐을 나와 수도를 거쳐 우리가 사용한 뒤 하수로 간다. 이 하수로 나가는 물을 폐수, 즉 쓸 수 없는 물(waste water)로 보지 말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reusable water)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수자원공사는 건강한 물 순환 고리를 만들 능력이 있다. 다만 누군가는 상하수도 관리기관을 감독해야 한다. 수자원과 관련한 여러 기관이 각각의 설립 목적과 전문성을 살려 실행기관과 감시·규제 기관으로 역할을 나눈다면 물 관리 일원화의 취지와 목적을 더 잘 살릴 것으로 판단한다.”
대전=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