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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국민에 33개 질문 던진 마크롱, 노란조끼 시위 돌파 승부수

입력 | 2019-01-15 03:00:00

‘국민에게 쓰는 편지’ 통해 토론 제안
“누구나 참여… 금지된 질문 없다”
세금-환경 등 4가지 주제로 온-오프라인서 두달간 동시 진행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임기 내 최대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노란 조끼’ 시위가 9주째 계속되며 국정 동력이 약화된 마크롱 대통령은 13일 저녁 ‘국민에게 쓰는 편지’를 발표하며 향후 두 달 동안 ‘대국민 토론회’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토론회의 4가지 주제와 관련해 33개의 자세한 질문을 던지며 ‘금기 없는 토론’을 주문했다.

○ 33가지 토론 질문 던진 마크롱

첫 번째 주제는 세금이다. 노란 조끼 시위는 부유세 폐지 정책을 비판하며 ‘부자만을 위한 정부’라고 공격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공공서비스와 국가 미래 프로젝트에 쓰이는 세금은 사회 연대의 핵심”이라면서도 “그러나 그건 국가의 빚이며 너무 높으면 일자리와 성장을 만들어내는 투자를 저해한다”고 반박했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세금 시스템에 대한 토론을 제안했다.

두 번째 주제로 ‘국가와 공공기관의 역할’을 제시한 마크롱 대통령은 “학교 경찰 군대 병원 법원과 같은 공공서비스는 비용이 들지만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러나 너무 많은 걸 중앙정부가 하고 있지는 않은지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 번째 주제는 노란 조끼 시위를 촉발시킨 환경 문제다. 마크롱 대통령은 친환경 정책에 들어갈 재원을 마련하려고 유류세를 인상하려다 국민의 반발에 부닥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환경 전환을 위한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세금이라면 누구에게 먼저 걷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민주주의와 시민권이 네 번째 주제다. 노란 조끼 시위대는 국민의 정책 참여를 늘리기 위해 시민 주도형 국민투표제를 주장한다. 온라인에서 일정 수 이상 서명을 받으면 국민투표가 열리는 방식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선거 외에 어떻게 시민권을 보장해야 하는지를 토론 주제로 제시했다.

○ 대토론과 편지, 프랑스만의 소통 방식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런 사회적 대토론은 흔치 않은 소통 방식이다. 정부 독립 기구인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 주도로 지자체 중심의 타운홀 미팅 방식의 오프라인 토론과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토론이 동시에 진행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건 선거도 국민투표도 아니며 나이나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당신의 의견을 마음껏 표현하는 자리”라며 “모든 국민은 다 의견을 낼 수 있고 금지된 질문은 없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날 국민에게 편지를 쓰는 소통 방식은 1988년과 2012년 프랑수아 미테랑,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썼던 방식이다. 당시 일간지와 공공 기관에 배포하는 오프라인 방식과 달리 방송 동영상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텍스트로 진행됐다. 마크롱 대통령 측근은 “이틀 동안 다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2330자에 달하는 편지를 썼다”고 전했다.

○ 마크롱 승부수 통할까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편지에서 “토론 후 국가를 위한 새로운 계약을 제안하겠다”며 “그 결과는 내가 직접 국민들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 분노를 해결책으로 완전히 바꿔 놓고자 한다”는 그의 바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달 5일 9차 시위에 참여한 시민은 8만4000명으로 연말을 맞아 5만 명으로 줄었던 8차 시위보다 늘어나며 다시 점화되는 분위기다.

마크롱 대통령이 토론을 통해 듣는 시늉만 할 뿐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면 더 큰 국민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도 “우리는 모든 것을 동의할 수 없다. 그게 정상이고 민주주의”라며 “지금까지의 개혁 조치를 원상태로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르지니 마르탱 케지경영대 박사는 “이번 토론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재앙이 도래할 것”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은 도박을 하고 있다. 사실 남은 임기도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일간 르피가로의 11일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는 이번 대토론을 통해 유용한 해법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