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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도 식약처도 ‘다단계 헤나’ 단속 어렵다…왜?

입력 | 2019-01-15 07:14:00

“허위·과장 광고 단속 방침…실효성 떨어져”
전국의 헤나방 실태 파악도 힘들어…정부 대책 시급




헤나 방 시술 이후 피해자 모습들© News1

헤나방 피해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단속이나 제대로 된 처벌이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이 더 늘어나는 것은 물론 제대로 된 피해보상도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루 빨리 법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헤나는 인도, 네팔 등에서 자라는 열대성 관목 식물인 로소니아 이너미스의 잎을 말린 가루다. 최근 전국적으로 헤나 가루를 이용해 염색과 모발을 관리해 주는 ‘헤나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헤나방을 찾았다가 피부가 검게 변하는 피해를 입은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헤나 부작용 사례 급증은 法사각지대 다단계 영업 때문”

15일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헤나방을 통한 부작용 사례가 속출한 만큼 정부에서도 다단계 헤나 업체들의 ‘떴다방’식 영업을 단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단계 회원들이 제품 판매뿐 아니라 이·미용 서비스도 펼치면서 최근 부작용 사례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헤나 업체들은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들을 모집, 헤나 염모제를 판매하고 있다. 지인을 소개하거나 많이 구매할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영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회원들은 이렇게 구매한 제품들을 더 많이 판매하기 위한 방안으로 헤나방을 개설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제품 판매 뿐만 아니라 이·미용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이에 대한 비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업체가 전문미용사가 아닌 일반인 회원들에게 일정 시간 교육한 후 ‘100% 천연’ 등을 내세워 무분별한 서비스에 나서면서 부작용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영업방식은 현행 법으로 단속이 어렵다는 점이다. 다단계 업체들을 관리 감독은 기본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맡고 있다. 하지만 방문판매 등 판매행위로 국한된다. 헤나방을 차려서 제공하는 서비스까지는 공정위의 소관사항이 아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단계 업체들이 각 시도에 방문판매법에 등록하면 공정위가 살피는 건 맞고 퀸즈헤나, 헤나킹 등 언급된 회사들도 방문판매업으로 다 등록돼 있다”면서도 “다만 제품판매와 함께 머리를 염색해주고 비용을 받는 행위는 방문판매법 소관사항이 아니다. 공중위생법 위반 소지는 있어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단계 업체들을 공정위에서만 살피는 것도 아니다”며 “제품 종류에 따라 식약처, 환경부, 보건복지부 등 소관 부처가 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헤나 제품에 대한 단속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할 수 있다. 하지만 각종 염모제는 기능성화장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염모 성분의 배합 한도를 정하는 정도만 가능하다. 식약처가 헤나를 비롯한 화학 염모제를 판매하고 이를 활용한 미용 서비스까지는 막을 권한은 없는 셈이다. 또한 부작용이 일부 소비자에게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헤나 가루를 이용한 염색 자체를 금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천연과 안전을 앞세운 엉터리 상술에 의한 피해가 계속되는 현실은 안타깝다. 이제는 행정 지도를 넘어서 사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가 경험했던 사례들을 정리해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천연 마케팅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국에 퍼진 헤나방, 실태 파악도 안돼

헤나 방 시술 이후 피해자 모습들© News1

헤나방 피해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메신저 단톡방에 모인 헤나방 피해자들(38명)은 얼굴이 망가져 고통을 당하고 있음에도 업체뿐 아니라 정부 역시 그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 전희진씨(가명·48세)는 “다단계 업체들이 헤나를 수입해 판매하는데만 열을 올릴 뿐 시술자에겐 전문적인 교육을 하지않고 있다”며 “그런데도 헤나전문 강사라는 타이틀로 교육하고 회원들이 마구잡이로 시술해 피해자를 양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국에 퍼진 ‘케어셀라헤나(지쿱)’ ‘헤나킹(네추럴헬스코리아)’ ‘퀸즈헤나(엔티에이치인터내셔널)’ 등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다단계 판매업자로 등록한 후 이·미용 서비스 영업도 하고 있다.

다단계 회원들이 운영 중인 만큼 전국에 있는 헤나방이 몇 개인지 파악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피해자들은 물론 인터넷 상에서 (다단계) 회원을 모집하는 각 업체 매니저들도 전국의 헤나방 개수에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포털사이트에서도 각 업체별 지점 정보가 서울 지역 일부에 한정해 나타났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영업소가 아닌 곳에서 시술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다만 이들 업체는 각각 ‘캠퍼스’ ‘센터’ ‘살롱’ 등 이름으로 각 지역에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다단계 회원을 모집 및 규합하고 헤나제품 사용법을 교육하는 장소로 짐작된다.

먼저 케어셀라헤나(지쿱) 경우 본사는 전라북도 남원시에 두면서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전, 대구, 울산 등 총 14개 ‘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쿱은 지난해 미국 LA, 뉴욕, 뉴저지 등에도 캠퍼스를 세웠다.

단톡방에서는 지쿱헤나를 이용했다는 피해자가 가장 많았다. 피해자들은 지쿱이 대외적으론 사회적기업이라며 착한 기업 이미지 부각하면서 피해자가 발생하자 ‘헤나밴드’에서 강제 탈퇴시킨 후 차단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헤나킹은 서울 대치동을 비롯해 부산, 대전, 울산, 부천에 5개 거점을 두고 전국에 ‘센터’라는 이름의 지사를 22개나 두고 있다. 퀸즈헤나는 서울, 부산, 울산, 대구에 교육장 개념의 ‘살롱’을 뒀다. 세부 지사 및 지점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퀸즈헤나를 운영하는 엔티에이치인터내셔널은 유일하게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 제출하고 있다. 이 업체는 일본 N.T.H 의 한국법인으로 2004년 5월 설립됐다. 설립 목적은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등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다단계 판매업이다.

피해자들은 이들 지쿱, 퀸즈, 헤나킹 등 세 업체가 대표적이지만 외에도 ‘황실헤나’ ‘라디코엔젤’ ‘로열스토리헤나’ 등 수많은 업체들이 ‘100% 천연’ ‘부작용 제로’ 등을 내세우며 영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엔 동네 곳곳 헤나방이 있는 데다 나서길 꺼리는 피해자가 많아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식약처·공정위 “‘100% 천연’ 등 허위·과장 광고 단속 나설 것”

© News1

식약처는 다만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늘어나는 만큼 화학 염모 성분을 혼합한 염모제임에도 불구하고 100% 천연 염모제로 광고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표시 사항 위반을 적극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염모제는 개인의 체질, 건강상태에 따라 알러지 반응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사용 전 반드시 ‘패치테스트’를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헤나 및 화학 염모제는 독한 성분인 만큼 반드시 패치테스트를 해야 하고 제품의 사용법 및 주의사항을 잘 지켜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더 늘지 않도록 업체에도 주의를 주고 패치테스트를 꼭 할 수 있게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도 “다단계 판매업자가 소비자에게 허위·과장된 사실을 알려 제품을 팔거나 용역을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며 “보도한 대로 판매원이 이를 어길 경우 방문판매법에 따라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공정위, 식약처,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주무 부처는 헤나 경우처럼 허위과장 광고가 빈번하게 통용되는 건강기능식품을, 화장품, 식음료, 의약외품 분야에 대해 제품군 별로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방문판매법과 표시광고법 등 관련 법규를 적극적으로 적용해나갈 뜻을 밝혔다. 당시 김 위원장은 “방문판매법이나 표시광고법 등 공정위의 소관법률 집행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소비자원이나 지자체와 협업 속에서 문제가 되는 사례들을 제재할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