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판매자-구매대행업자 대상… 전자상거래법 시행하며 발길 뚝 면세점 매출 70% ‘따이공’ 차지… 주변 숙박업소-식당에도 직격탄
중국 정부가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 등으로 상거래를 하는 판매자에게 사업자등록을 의무화하는 ‘전자상거래법’을 1일부터 시행한 이후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국내 면세점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4일 오후 제주시 연동 신라면세점 앞. 평소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 등으로 북적북적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형광 재킷을 입고 횡단보도에서 교통안내를 하는 면세점 관계자도 보이지 않았다. 500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롯데면세점 주변도 풍경은 비슷했다. 면세점 매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중국인 개별 관광객이 다소 눈에 띄고 있을 뿐 한산했다. 대량 구매 물품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면세점이 문을 열기 전부터 길게 줄을 서 대기하던 풍경도 없어졌다.
이들 따이공이 급격히 줄면서 주변 상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면세점 주변 편의점 업주는 “매장을 찾던 중국인이 새해 들어 갑자기 줄었다”며 “하루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 이후 따이공 방문 등으로 근근이 매출을 유지하던 면세점 주변 숙박업소, 식당 등이 줄줄이 직격탄을 맞았다.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따이공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연초 매출이 5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중국 정부가 온라인 개인 단위 판매자나 구매대행업자(따이공)에 대한 규제를 담은 ‘전자상거래법’을 시행하면서 따이공들이 발길을 멈춘 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온라인 판매와 구매대행업자 활동으로 나타나는 위조품 유통, 개인정보 유출, 탈세 등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이용해 구매대행업을 하던 개인 판매자들도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200만 위안(약 3억30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한국 관광과 관련해 온라인 여행상품 취급 금지, 전세기 금지, 크루즈선 금지, 롯데그룹 산하 회사 이용 금지 등 중국 정부의 ‘4불 정책’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따이공 대량 구매로 매출을 늘려왔던 면세점 업계가 위기를 맞은 것이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9조 원 규모로 2017년에 비해 30%가량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면세점 매출의 70%가량이 중국 따이공 덕분인 점을 감안하면 면세점 업계에 새로운 ‘한파’가 불어닥친 것이다. 제주 지역에서는 지난해 1조5000억 원 규모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따이공 활동이 위축된다면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호남지방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객 감소 등으로 여행업은 물론이고 숙박, 음식, 운수업 등 관련 업계가 줄줄이 매출감소를 기록했는데 소매업은 면세점 덕분에 유일하게 매출 증가로 선전했다. 올해 면세점 매출이 줄면 소매업마저 마이너스로 돌아설 형편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약간 높은 수준으로 잡았는데 변수가 많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협력업체 직원 등 모두 1100여 명이 제주에서 근무하는데 인력을 줄이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