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벤처 개발 ‘디지털 광장’ 앱, 서울 문래동 철공소 골목 희망으로
1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영신정밀산업에서 한동범 개발부장이 캔시밍기 성능을 시험해 보고 있다. 캔시밍기는 수제맥주나 곡류 등을 담은 캔을 완벽하게 밀봉할 수 있게 하는 기계다. 서강대 더봄에스 제공
○ ‘디지털 광장’ 만나 되살아난 문래동
문래동은 디지털 상거래가 일반화되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50, 60대가 대부분인 문래동 철공장인들은 기술력은 좋았지만 협업하는 방법도,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어디다 팔아야 할지도 잘 알지 못했다. 한재형 서강대 스마트핀테크 연구센터 교수는 “문래동 철공장인들은 소위 ‘스커드 미사일’을 깎을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가졌는데도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판매 능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며 “이들에게 디지털이란 옷을 입혀준다면 그 기술력이 계속해서 살아 있을 것이라 생각해 디지털 광장을 개발했다”고 했다.
○ 소통·경영지원·교육 등 전반적 관리
지난해 12월 디지털 광장이 만들어진 뒤로 문래동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자신과 친한 사람이 아니면 소통을 하지 않아 기술 결합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광장에서 검색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철공장인을 찾아 쉽게 협업하고 있다. 문래동에서 모터자동화기기 업체를 운영하는 김진학 씨(55)는 “전에는 아는 사람과만 작업을 같이 했는데 지금은 내게 필요한 기술력을 갖춘 여러 철공장인과 작업할 수 있게 돼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문래동 철공장인들은 서강대 교수진과도 소통하고 있다. 철공장인들은 자신이 만들고 있는 시제품에 기술적 결함이 있으면 디지털 광장에 글을 남긴다. 글을 확인한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들은 철공장인과 일대일 상담을 통해 문제 해결을 도와준다. 영업에 서툰 철공장인들을 위해선 경영학과 교수가 나선다. 철공장인이 새로운 기술력을 갖춘 시제품을 만들면 이를 필요로 할 만한 기업을 소개해주는 방식이다. 디지털 광장은 앞으로 철공장인들이 원·부자재를 공동구매할 때 필요한 결제 프로그램을 추가할 예정이다. 한 교수는 “이 외에도 철공장인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컴퓨터 설계과정 등을 교육할 예정”이라며 “디지털 광장을 문래동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정훈 hun@donga.com·우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