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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얼어붙은 지금, 가치주 투자 해볼만”

입력 | 2019-01-16 03:00:00

[투자 고수의 한 수]박종학 베어링자산운용 CIO




박종학 부사장은 “수익률에서 변동성이 크지 않고 꾸준한 수익을 내는 펀드가 좋은 상품”이라면서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최근 수익률이 좋은 펀드에 뒤늦게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퍼듀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 및 금융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베어링자산운용㈜ 박종학 최고투자책임자(CIO·54·부사장)는 투자 원칙을 가장 먼저 강조하는 투자자다. 단기적인 수익률이 좋지 않을 때는 운용 원칙을 무시하고 인기 테마나 주식을 뒤쫓아 가는 일이 잦은 국내 자산운용업계로서는 드문 일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자산운용업계에서 분명 특이한 존재다.

○ 내재 가치보다 주가 낮은 종목 발굴

그의 투자 철학은 가치투자다. 개별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내재 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종목을 발굴해 투자한다는 의미다. 주가는 언젠가는 기업 가치에 수렴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가치투자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꾸준한 초과수익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가 이런 투자 철학을 관철하기 위해 가장 중시하는 것은 투자 프로세스다. 그는 투자 대상 종목을 결정할 때 철저히 팀워크를 중시한다. 팀 회의에서 논의하고 검증한 후에야 투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그도 팀 회의에 참석할 때는 매니저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하려고 노력한다. 고위 임원이면서 따로 전용 사무실이 없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는 “CIO로서 가장 중시하는 게 바로 이런 프로세스를 거쳐 실제 투자가 이뤄지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 등 국내 거의 모든 기관투자가가 베어링에 자산 운용을 위탁하는 이유로 베어링이 이런 내부 절차를 철저히 준수한다는 점을 꼽는다. 그는 “베어링의 대표 펀드인 베어링고배당펀드와 베어링가치형펀드가 좋은 성과를 내는 것 역시 이런 원칙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녹록잖은 시장, 역발상 투자하라

박 부사장은 올해 주식시장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그의 조언은 평범한 듯했지만 30년간 자본시장에 몸담아 오면서 쌓은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의 가장 큰 특성으로 후행성(後行性)을 꼽았다. 주변에서 주식이나 펀드 투자로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를 듣고 난 다음에야 뒤늦게 투자 대열에 합류한다는 의미다. 불행한 사실은 이때는 이미 꼭짓점에 도달한 상황이어서 주가 하락을 앞둔 경우가 많다는 점. 그는 “이러니 개미들의 투자 손실은 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후행 투자 사례로 2007년의 중국 펀드 붐을 꼽았다. 그는 “2005~2006년 일부 중국 펀드 수익률이 90% 안팎에 이르자 2007년 개미 투자자들은 너도나도 중국 펀드 투자 대열에 동참했지만 결국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부분 큰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친구 따라 뒤늦게 강남 가다’ 당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를 피하려면 역발상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이 오히려 좋은 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다만 그는 “은행 등 펀드 판매사에서도 지금까지 수익률이 좋은 펀드 중심으로 권유하기 때문에 역발상 투자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흥시장을 중장기적인 역발상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 테마 투자는 피하라

그는 개미 투자자들의 또 다른 특성으로 ‘대박 심리’를 꼽았다. 그러나 그는 “하이 리턴에는 반드시 하이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대박을 노리고 몰빵 투자를 하는 것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박 부사장은 대박 심리에서 비롯한 투자 유형으로 ‘정치인 테마주’나 ‘남북경협 테마주’ 같은 테마를 좇아 몰려다니는 유형을 꼽았다. 그는 “지루할 수도 있지만 꾸준히 수익률을 내는 펀드에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게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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