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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환경 이야기]육식 대신 채식?… 중요한 건 ‘절식’

입력 | 2019-01-16 03:00:00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식사




육식을 줄이거나 아예 채식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기름진 음식을 줄이는 것이 건강에 좋고 다이어트 등 미용 효과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육식을 줄이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소, 돼지, 닭의 소비를 줄이면 친환경적인 행위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화학자 밀러(G. Tyler Miller)에 따르면 먹이 획득 과정에서 낭비되는 에너지가 80∼90%이고 10∼20% 정도만이 상위 먹이사슬에 이전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이 1년을 살기 위해서는 송어 300마리가 필요합니다. 송어 300마리는 개구리 9만 마리가 필요하고, 개구리는 메뚜기 2700만 마리를, 그리고 이 메뚜기들은 1000t의 풀을 먹어야 해요.

지구상에 얼음이 없는 땅의 26%는 가축을 기르는 데 사용됩니다. 그리고 경작지의 33%에서는 가축을 먹이는 데 필요한 작물이 재배됩니다. 한쪽에서는 고기를 먹기 위해서 옥수수 같은 작물을 동물에게 먹이고 다른 쪽에서는 그런 옥수수마저 없어서 굶어 죽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더구나 가축들은 소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데 지구 전체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7%를 차지하고 있어서 육류 섭취는 지구온난화를 유발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죠.

잡곡밥과 된장국에 채소 반찬으로 이뤄진 단출한 밥상이다. 건강은 물론 환경을 이유로 육식을 줄이고 채식 위주로 식사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언스플래쉬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 육식을 안 하거나 건강상 문제로 채식 위주로 식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이유예요.

그렇다면 우리는 육식을 하지 말고 채식만 해야 할까요?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육식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고기 대신 해산물만 먹으면 될까요? 해양자원 고갈을 일으키는 것이어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도 결국 인간이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 일이니 완벽한 해결 방법은 없어요.

어쩌면 인간이 먹는 것을 바꿔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인지도 몰라요. 어차피 인간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양질의 단백질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이가 있어요. 특히 청소년기에는 잘 먹어야 해요. 육체적으로 성장하고, 건강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막기는 어렵죠.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키가 큰다는 것은 인류학이 증명한 사실이에요.

인간의 키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커져 왔어요. 서울대 의대 해부학교실의 연구에 따르면 조선시대 남성의 평균 키는 161.1cm였어요. 반면 영국 남성은 12∼18세기 무렵에 168.1cm, 네덜란드 남성은 17∼19세기 무렵 166.7cm, 독일 남성은 16∼18세기 무렵 169.5cm 정도로, 우리보다 평균 5∼8cm 컸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인 남성은 174cm로 커졌습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1만 년 전 구석기인은 얼마나 작았을까요? 구석기인 남성의 평균 신장은 180cm 정도라고 해요. 왜 이렇게 키가 컸던 것일까요? 왜 인간의 키는 줄어들었을까요? 구석기 시대에는 곡류는 적게 먹고 육류를 많이 먹었기 때문이에요.

물론 구석기인들의 키가 다 큰 것은 아니에요.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식물이 풍부한 적도지역 구석기인은 굳이 사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물성 식품 섭취가 적어 추운 지역 구석기인보다 키가 작아요. 인류의 키가 줄어든 것은 농경이 시작되면서 육류 섭취가 줄고 곡류 섭취가 늘었기 때문이에요.

이제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육식을 해야 하나? 채식을 해야 하나? 이것을 고민하기 전에 장염 치료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장염은 세균성과 바이러스성으로 나뉘어요. 세균(박테리아)은 단세포이지만 핵이 있는 완전한 생물로 스스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바이러스는 핵산과 단백질로 단순하게 이루어져서 스스로 필요한 에너지나 유기물을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숙주가 되는 생물의 힘을 빌려야 살 수 있어요. 의사들은 보통 장염에 걸리면 설사를 하기 때문에 완전히 설사가 멈춘 다음에 식사를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식사를 하지 말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배가 고프지 않을 때 먹으면 우리 몸으로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음식이 된다고 해요. 장염에 걸렸을 때 필요 이상으로 먹으면 이들이 우리 몸에서 더 잘 살게 돼 병이 더디게 나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육식이냐 채식이냐 선택하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요? 육식이든 채식이든 우리 몸에 모두 필요합니다. 지나쳐도, 부족해도 병이 되지요. 그런데 우리는 좋아하면 음식을 폭식하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육류가 심하죠. 직장에서 또는 친구끼리 회식을 하면 ‘때려먹는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천천히 음식 본연의 맛을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전쟁에 나간 병사처럼 전투 하듯 음식을 먹는 것이죠. 우리의 식사 문화에도 문제가 있어요.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무조건 많이 먹고 맛있게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마 농경문화에서는 많이 먹어야 일을 많이 할 수 있었을 거예요. 잔치 때면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놓고 먹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어요.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하면 ‘손이 크다’는 칭찬을 합니다. 남지 않게 잘 계획해서 음식을 만들어야지, 잘 계산하지 못해서 남기는 것이 칭찬받아야 할 일일까요?

생명은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다른 생명체를 먹어야 한다면 그것이 동물이든 식물이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음식을 먹는 것은 자신의 탐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명 그물의 한 코로서 존재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물이 아무리 커도 한 코가 찢어지면 구멍이 점점 커져 그물 전체가 망가집니다.

육식이냐 채식이냐를 따지기 전에 절식이 선행돼야 합니다. 육식을 해도 죄악은 아닙니다. 다만 지나치게 먹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채식만 강요하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닙니다.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기 전에 생명체를 먹는 것에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절식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수종 신연중 교사·환경교육센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