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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아이비리그’에 떨어지고 어떻게 됐을까?

입력 | 2019-01-16 03:00:00


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일명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에 자녀를 보내기 위한 부모들의 욕망을 다룬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인기다.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는 것과 성공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헝가리 태생의 물리학자 버러바시 얼베르트라슬로는 성공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모아 ‘포뮬러(the Formula)’라는 책을 냈다.

이 책에는 일류 학교와 성공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온다. 미국의 명문 사립대 8곳을 가리키는 ‘아이비리그’ 졸업자는 아이비리그 졸업자가 아닌 사람보다 10년 후 평균 연간 수입이 2배 정도 높다. 이 통계만 보면 일류대 졸업은 성공의 확실한 보증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이 책에서 세 명의 경제학자는 보스턴의 일류 고교에 입학한 사람과 떨어진 사람들이 향후 각종 대입시험 등에서 성적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비교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혀 차이가 없었다. 다른 두 명의 경제학자는 아이비리그 합격자와 지원했으나 안타깝게 떨어진, 혹은 합격했지만 다른 이유로 아이비리그가 아닌 다른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이들의 이후 수입에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 결과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비록 명문학교에 떨어졌어도 그 학교에 지원했다는 것은 그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고, 입학할 정도의 비등한 능력도 있었다는 뜻이다. 즉, 일류 학교가 성공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능력과 야망, 자신이 얼마나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가 개인의 성공을 좌우하고 거꾸로 학교의 명성을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스카이캐슬과 이 연구 결과를 접하면서 직장인에게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일류대처럼 유명한 대기업에 입사하거나 적어도 입사를 시도하라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공부에 대한 능력을 따진 것처럼 직업의 세계에서 ‘내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그동안 친구들을 따라 대학을 졸업하고 무작정 기업에 입사 서류를 내고 지금의 부서에서 일을 해오고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 직장에서 해온 일이 재미있고 성과도 난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 일이 내게 맞나?’ 고민을 종종 한다면 한번 질문을 해보자. 이 분야가 내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인가. 지금 일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게 되는가.

주변에는 대기업을 뛰쳐나와 자신의 능력을 더 발휘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야망으로 전혀 다른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 수입은 줄지만 이들은 기존 직장에 있을 때보다 더 큰 삶의 만족감을 느끼며 산다. 또 평균 퇴직연령을 넘어 더 오래 돈을 벌 가능성도 높다.

드라마에서 하버드에 합격해 다니고 있다고 부모를 속였다가 들킨 여학생이 나온다. 이 학생은 사실 클럽을 좋아하고 미래에 자신의 클럽을 여는 것이 꿈이다. 결국 이 학생은 클럽에서 각종 기획과 일을 도맡아 하면서 즐겁게 산다.

과거에 국내 한 대기업 계열사가 글로벌 기업에 인수될 때 소통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다. 그 글로벌 기업은 한국에서 인지도는 별로 없지만 해당 대기업보다 국제적인 실적은 훨씬 더 좋았다. 고용이 보장된 상황에서도 상당수 직원은 자신의 명함에서 대기업 로고가 없어지는 것, 남에게 명함을 내밀었을 때 더 이상 대기업 직원으로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걱정했다. 만약 직장이 아니라 그 산업에 대한 야망이 있는 직원이었다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혹시 나는 내 능력과 야망이 향하는 곳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로 맞춰 살아온 것은 아닐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내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분야에서 야망을 가져보는 것은 어떤가. 물론 이런 변화를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판단하는 직장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능력과 야망이 지금 하는 일과는 다르다고 느끼는 직장인이라면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에는 변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하더라도 말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