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이다’와 ‘조리다’는 어떻게 다를까? 소리로는 구분되지 않는다. 모두 ‘조리다’로 발음되니까. 둘 다 음식과 관련해 쓰는 말이어서 혼동되게 마련이다. 차이를 구분해 보자. 일단 둘은 음식 만드는 방식의 차이를 구분하는 말이다.
‘졸이다’부터 보자. 표기 자체가 ‘졸-+-이-’를 구분해 적는다는 점에 주목하자. 구분해 적는다는 뜻은 ‘졸다’와 ‘-이-’에 모두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구분해 적을 필요가 없다. ‘졸이다’ 안에 든 ‘졸다’의 의미부터 파악해야 ‘졸이다’의 의미를 알기 쉽다. ‘졸다’를 넣은 짧은 문장을 만들어 보자.
●너무 졸아서 짜졌다.
이 문장은 어떤 의미인가? 물이 증발해서 더 진해짐을 말한다. 그러면 ‘졸이다’와는 어떻게 다를까? ‘졸이다’를 넣은 짧은 문장을 하나 더 만들어 보자. 앞의 문장을 활용해 만들어 비교하면 의미 차이가 분명해진다.
●너무 졸이면 짜진다.
→졸게 하면
국어에 ‘-이-’는 두 개다. ‘-게 하다’의 의미를 갖는 사동과 ‘당하다’라는 의미의 피동이 그것이다. 여기서는 ‘-게 하다’의 의미이니 ‘졸이다’는 ‘졸다’의 사동사가 된다. 어쨌든 ‘졸이다’는 음식을 할 때 국 등의 액체를 증발하게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그렇다면 ‘조리다’는 이와 어떻게 구분될까? 우리가 생선조림을 할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떠올리면 의미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다.
조림을 할 때는 양념 국물을 많이 넣지 않는다. 그 대신 바닥의 국물을 퍼서 생선에 얹는다. 양념이 생선에 배게 하는 것이다. 이 점이 ‘졸이다’와 ‘조리다’의 구분 지점이다. ‘졸이다’와 ‘조리다’는 액체가 줄어든다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조리다’의 목적은 국물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양념의 맛이 재료에 푹 스며들도록 바짝 끓여내는 것을 지시한다. 아래 두 예문을 구분해 보자.
●찌개 국물을 졸였다.
●생선을 조렸다.
‘감자조림’ ‘생선조림’이라는 말이 올바른 맞춤법인 이유도 이와 관련된다. 여기서 질문 하나가 나와야 한다. 요리와 관련되지 않는 단어로도 ‘졸이다’가 있다. 예문을 보자.
●아무런 연락이 없어 가슴을 졸인다.
‘초조해하다’ ‘애를 태우다’라는 의미의 단어다. 여기서 ‘애를 태우다’라는 단어를 보자.
●애를 태우다=애를 끓이다.
여기서 ‘애’는 원래 ‘창자’의 옛말로 오늘날에는 이렇게 ‘애를 태우다, 애를 끓이다’라는 표현에만 나타난다. 정말 창자를 끓이거나 태울 수는 없다. 비유적 의미로 쓰인다는 말이다. 앞서 보았던 ‘졸이다’라는 의미가 마음으로까지 확장되어 쓰인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