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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서 3-2… ‘정현 드라마’ 첫 회는 대역전극

입력 | 2019-01-16 03:00:00

호주오픈 첫판 접전끝 승리
78위 클란 왼손에 고전했으나, 강력한 스트로크로 반전 이끌어
“400여 한국응원단 함성 큰 힘”






정현이 1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단식 1회전에서 브래들리 클란(미국)에게 서브를 넣고 있다. 대회 주최 측은 이날 정현의 가장 빠른 서브가 역대이 대회 최고인 시속 249km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평소 서브 속도가 200km 내외인 정현은 “아마 잘못된 기록일 것이다. 측정하는 기계가 들쑥날쑥하다. 절대 맞을 수가 없다”며 웃었다. 테니스코리아 제공

기적 같은 역전승이었다. 3시간 37분의 풀세트 접전을 승리로 장식한 정현(한국체대)은 두 팔을 번쩍 들며 하늘을 쳐다봤다. 2019년 들어 2주 연속 단 1세트도 따내지 못하며 2연패에 빠져 번번이 고개를 숙였던 그의 얼굴에 모처럼 미소가 번졌다.

정현이 시즌 첫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 첫판을 극적으로 통과했다. 세계 랭킹 25위 정현은 15일 호주 멜버른 파크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1회전에서 왼손잡이인 세계 랭킹 78위 브래들리 클란(미국)을 3-2(6-7<5-7>, 6-7<5-7>, 6-3, 6-2, 6-4)로 눌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에 올랐던 정현은 이날 1, 2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내줘 벼랑 끝에 몰렸다. 올해 들어 출전한 2개 투어대회에서 모두 1세트 5-1로 앞서다 역전패하며 실종된 자신감에 계속 발목을 잡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생살이 드러날 정도로 심한 물집이 잡히고도 살아남았던 투혼이 되살아난 듯 보였다. 동호인 모임인 한국테니스진흥협회(KATA) 회원을 비롯해 400명이 넘는 한국 팬들의 응원 속에 예리한 서브와 강력한 스트로크를 앞세워 내리 3세트를 따내 승부를 결정지었다.

정현은 “경기 전 고든 코치와 세운 전략은 ‘정현답게 하자’는 것이었다. 뒤지고 있어도 끝까지 좋은 생각을 하려고 했다. 1, 2세트를 지니까 오히려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 세트 먼저 지고 이긴 건 처음 같다. 경기 내내 열띤 성원을 보내준 한국 응원단도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현은 서브 에이스 10-22, 공격 성공 횟수 34-58로 밀렸으나 실책에서 35-84로 안정된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은 “정현이 그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텐데 최대 고비를 잘 넘겼다. 확실히 경험에서 상대를 압도했고 집중력도 좋았다. 2, 3회전은 1회전보다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국 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은 “경기력 저하에서 벗어나 약점으로 지적된 서브 컨디션을 되찾은 게 승인이었다”고 분석했다.

호주오픈 정현 원정 응원단


정현은 17일 세계 55위 피에르위그 에르베르(프랑스)와 32강 진출을 다툰다. 에르베르와의 상대 전적은 1승 1패다. 2015년 호주오픈 예선 1회전에서 정현이 2-0(6-4, 6-2)으로 이겼고, 같은 해 윔블던 본선 1회전에서는 에르베르가 3-2(1-6, 6-2, 3-6, 6-2, 10-8)로 이겼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