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지상주의 산물… 유지는 무리” 빙상 성폭력 방지책 반응 엇갈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리위원회에서 14일 발표한 ‘(성)폭력 근절 대책 및 선수 인권 개선방안’을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쟁점이 된 사안은 ‘국가대표팀 및 각급 훈련단 합숙훈련 최소화’다. 관리위원회는 이날 빙상계 폭력 및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합숙훈련의 점진적 축소를 대책으로 내놨다. 선수들이 모여 합숙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만한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폐쇄적인 합숙 훈련 기간에 각종 폭력 및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만큼 이를 장기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훈련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합숙훈련을 없애면 경기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듬해 세계선수권을 한 달 앞두고 9개월 만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고 대표선수 훈련을 재개했지만 안세현(24·SK텔레콤), 김서영(25·경북도청) 등 전담팀이 있는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세계선수권 예선에서 탈락했다. 당시 대회에 출전했던 한 선수는 “3년 전 일어난 일이 당시 터지면서 선수촌 문을 닫아 영문조차 모르던 선수들까지 피해를 봤다. 각자 클럽으로 돌아가 대회를 준비했지만 국내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선수촌에서 훈련뿐 아니라 식단까지 집중 관리를 받는 것과 차이가 확연히 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합숙훈련 폐지론자들은 합숙훈련이야말로 지나친 성적지상주의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젊은 남녀 선수들을 폐쇄적인 공간에서 오랫동안 지내도록 하는 것도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합숙훈련을 하게 될 경우 선수단에 대한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선수단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외부 인력을 합숙 기간에 상주시켜 (성)폭력 등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도 있는데 체육계는 늘 ‘이 순간을 피하자’며 일차원적 대책만을 내놓고 있어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주니어 대표부터 미국 올림픽트레이닝센터(USOTC)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평소에는 소속팀에서 하지만 주요 대회를 앞두고는 합숙훈련을 시킨다. 선수 및 부모와 수시로 상담하며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