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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숙 줄여 사고방지? 실력도 준다”

입력 | 2019-01-16 03:00:00

“성적지상주의 산물… 유지는 무리”
빙상 성폭력 방지책 반응 엇갈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리위원회에서 14일 발표한 ‘(성)폭력 근절 대책 및 선수 인권 개선방안’을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쟁점이 된 사안은 ‘국가대표팀 및 각급 훈련단 합숙훈련 최소화’다. 관리위원회는 이날 빙상계 폭력 및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합숙훈련의 점진적 축소를 대책으로 내놨다. 선수들이 모여 합숙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만한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폐쇄적인 합숙 훈련 기간에 각종 폭력 및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만큼 이를 장기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훈련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합숙훈련을 없애면 경기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2016년 9월 진천선수촌 수영장 여자탈의실에 당시 국가대표 남자선수 일부가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이슈화되자 당시 대한수영연맹 관리위원회는 합숙훈련 중이던 선수들을 모두 선수촌에서 내보냈다. 선수단 관리 부실 등 연맹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자 진원지가 된 훈련장의 문을 걸어 잠그는 미봉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듬해 세계선수권을 한 달 앞두고 9개월 만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르고 대표선수 훈련을 재개했지만 안세현(24·SK텔레콤), 김서영(25·경북도청) 등 전담팀이 있는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세계선수권 예선에서 탈락했다. 당시 대회에 출전했던 한 선수는 “3년 전 일어난 일이 당시 터지면서 선수촌 문을 닫아 영문조차 모르던 선수들까지 피해를 봤다. 각자 클럽으로 돌아가 대회를 준비했지만 국내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선수촌에서 훈련뿐 아니라 식단까지 집중 관리를 받는 것과 차이가 확연히 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합숙훈련 폐지론자들은 합숙훈련이야말로 지나친 성적지상주의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젊은 남녀 선수들을 폐쇄적인 공간에서 오랫동안 지내도록 하는 것도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합숙훈련을 하게 될 경우 선수단에 대한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선수단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외부 인력을 합숙 기간에 상주시켜 (성)폭력 등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도 있는데 체육계는 늘 ‘이 순간을 피하자’며 일차원적 대책만을 내놓고 있어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은 주니어 대표부터 미국 올림픽트레이닝센터(USOTC)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평소에는 소속팀에서 하지만 주요 대회를 앞두고는 합숙훈련을 시킨다. 선수 및 부모와 수시로 상담하며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