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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주범인데… 대책없는 노후 보일러

입력 | 2019-01-16 03:00:00

서울 미세먼지의 18% 차지하지만 오염배출시설 지정 안돼 관리 사각
시민들 “정부 근본적 대책 못내놔”, 친환경 보일러 교체 지원에 시큰둥




숨은 미세먼지 배출원인 노후 가정용 보일러가 방치되고 있다. 서울 미세먼지 배출의 20% 가까이를 차지하지만 주민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계속 미세먼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서울 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가장 큰 배출원은 난방·발전으로 39%였다. 난방·발전 중 가정용 보일러가 46%를 차지했다. 결국 서울 미세먼지의 18%는 가정용 보일러가 배출한 셈이다. 자동차(25%) 다음으로 미세먼지의 주범이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10년 이상 된 가정용 보일러는 서울시내 약 130만 대. 노후 가정용 보일러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NOx) 농도는 친환경 보일러보다 8배 이상 높다. 가정용 보일러를 친환경 보일러로 교체만 해도 미세먼지 농도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울시는 2015년부터 연간 저소득층 3000가구에 한해 가정용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로 교체할 때 16만 원을 지원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아예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설치비용의 10%인 10만 원 안팎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까지 교체된 보일러는 2000대 정도에 불과하다.

지원 비용이 적긴 하지만 친환경 보일러가 일반 보일러에 비해 연간 난방비용이 13%가량 절약되는 장점이 있음에도 호응은 크지 않은 것이다. 직장인 김모 씨(38)는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인 중국에는 별 말도 못하고 괜히 국민들만 닦달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자구책을 철저하게 시행해야 중국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정용 보일러는 자동차나 산업용 보일러처럼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이 아니다.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는 대상이 아니어서 NOx 등 배출 물질에 관한 기준 역시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배출 기준을 정하면 관리, 점검을 해야 하는데 가정마다 다니면서 점검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NOx를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보일러 판매를 의무화할 계획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비용의 90%를 지원해 가정용 석탄보일러 약 500만 대를 가스나 전기보일러로 교체한 것을 거론하며 우리 정부의 소극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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