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축구대표팀 손흥민. 스포츠동아DB
손흥민(27·토트넘)은 요즘 가장 뜨거운 스포츠 스타다. 일거수일투족이 화제다.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영국을 떠날 때도, 몇 시간 뒤 아랍에미리트(UAE)에 도착할 때도, 시끌벅적했다. 소속팀 감독은 그의 빈자리가 허전하고, 대표팀 감독은 빈구석을 채워 흐뭇하다. 조별리그 3차전 중국전(16일) 출전여부를 놓고 벌어진 찬반 논쟁은 그의 가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손흥민은 단지 한국축구의 에이스가 아니다. 아시아축구를 대표한다. 아시안컵 참가 선수 중 몸값이 가장 비싸다. 잉글랜드 무대(EPL)에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릴 만큼 기량은 이미 세계 정상급이다. 아시아축구연맹이 SNS를 통해 그의 대표팀 합류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룰 정도로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훌쩍 커버린 손흥민을 보면서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진정한 스타는 결과로 말해야한다. 성적 없는 인기는 공허할 뿐이다.
손흥민의 아시안컵 출전은 2011년과 2015년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독일 무대(함부르크)에서 뛰던 19세의 손흥민은 2011년 카타르 대회를 통해 신고식을 했다. 당시만 해도 잠재력을 보고 뽑았다. 하지만 그 막내는 기죽지 않았다. 간간히 교체 멤버로 투입됐지만 기회가 올 때면 과감했다. 조별리그 인도전에서 A매치 데뷔 골(한국 최연소 아시안컵 득점)을 넣고는 생글거리며 하트 세리머니를 하던 모습이 엊그제 같다. 박지성, 이영표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정상에 도전했지만 준결승에서 일본에 지는 바람에 3위에 머물렀다.
그 유망주는 4년 뒤 한층 성숙해졌다. 독일 명문 레버쿠젠에 둥지를 튼 그는 2015년 호주대회에선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다리에 경련이 날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 연장 승부에서 혼자 2골을 넣었고, 호주와 결승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하는 등 위기마다 빛이 났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호주에 1-2로 지면서 또다시 눈물을 흘려야했다.
그리고 또 4년이 흘렀다. 벼르고 벼른 2019년 UAE 대회다. 토트넘의 공격수로 변신한 그는 이번엔 주장 완장을 찼다. 무거운 책임감을 얘기했다. 무엇보다 우승 열망이 강렬했다. “토트넘을 잠시 떠나는 것이 슬프지만, 아시안컵 출전은 조국을 위해 정말 중요한 일이다”는 게 그의 진심이었다. 대표팀에 합류하면서는 “우승하러 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큰 대회와 빅 리그 경험, 그리고 실패와 눈물이 뒤섞인 8년의 세월은 손흥민을 한국축구의 에이스로 키웠다. 그가 단단하고 강해진 건 한국축구의 축복이기도 하다.
물론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서로 희생하고 짐을 나눠야 강력한 팀이 된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독일을 격파한 러시아월드컵과 우승을 차지한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이 좋은 예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체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