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기간 중 음주와 흡연을 해 ‘황제보석’ 논란을 일으킨 이호진(57)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재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6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영준) 심리로 열린 이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 재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벌금 70억원과 함께 이같이 구형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5일 오전 이 전 회장의 선고 공판을 열 예정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많은 태광 임직원이 조사를 받았다”며 “(수사 당시) 누구를 처벌하려는 게 아니고 당신처럼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자랑스러운 가장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이 회사 오너의 개인 이익을 위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 수사 목표도 이렇게 소박한 데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 사건은 대기업 총수인 피고인과 모친이 장기간 회계조작을 통해 조직적인 방법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차명계좌 채권으로 관리하며 오너일가가 이용하고 조세포탈한 재벌비리 사건”이라며 “피고인은 중요 범행을 부인하고 모친이나 다른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최후진술 기회를 얻어 “제가 반성 없이 음주가무만 하고 돌아다닌 것 같은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저는 병원에서만 몇 년을 갇혀 있었다”며 “집에 왔다갔다 한 생활 자체가 길지 않다. 그리고 술집에 가본 적이 없다. 그런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이 전 회장은 “저는 태광에 여러가지로 폐를 끼쳤다. 태광가족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저와 달리 한마음 한 뜻으로 태광이 이사회에 기여하는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달라. 태광 가족 여러분, 국민 여러분 정말 죄송하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이 전 회장이 기본적으로 모든 일이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소 185억원대 부외자금은 회사를 위해 사용된 것으로 봐야 하고,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며 “피해가 모두 변제된 점도 양형에 충분히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회장 측은 또 “일주세화학원에 153억원을 기부해 세화여고 등 3개 학교를 강남명문고로 성장시키고 저소득측 지원 배경을 마련했다”며 “지난 1월7일 일주세화학원에 300억원을 기부해 더 튼튼히 했다”고 언급했다.
이 전 회장은 세금계산서 없이 대리점에 섬유제품을 판매하는 ‘무자료 거래’를 하고 가족과 직원 급여 등을 허위로 회계 처리하는 등 회삿돈 4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재판에 넘겨졌다. 주식 및 골프연습장을 저가에 인수하는 등 그룹에 900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1심은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보고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일부 혐의를 무죄로 뒤집되 형량은 유지했다. 다만 벌금은 10억원으로 감액했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횡령액을 다시 산정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고, 환송 후 항소심은 약 200억원을 섬유제품 판매대금 횡령액으로 인정해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원으로 감형했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해 11월25일 조세포탈 혐의를 분리해 선고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후 이 전 회장이 보석 기간 중 음주와 흠연을 한다는 방송 보도가 나와 ‘황제보석’ 논란이 불거졌고, 검찰의 보석 취소 검토 요청이 지난해 12월14일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이 전 회장은 2359일만에 재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