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시장의 ‘광주형 일자리’ 성공과 확산을 위한 과잉 의욕이 또 다시 행정 신뢰도 추락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광주시는 16일 오전 11시 시청 비지니스룸에서 금호타이어 노사,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을 위한 공동실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약속된 시간을 넘어 오전 11시20분께 광주시 일자리실장이 협약식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내방송을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 시장이 비공개로 하는 바람에 광주시 고위 간부들도 알지 못한 채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였다.
오전 11시40분께 노조 측 관계자가 시장 집무실을 불쾌한 표정으로 나오면서 광주시의 ‘민낯 행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광주시가 노조 측과 협약서 문구에 ‘광주형 일자리 도입’을 넣기로 전날까지 합의했으나 이날 오전 노조 측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노조는 이날 오전 9시께 구두로 광주시에 문구 수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반발했다.
특히 제3항에는 ”이전되는 신공장에는 광주형 일자리 도입을 추진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노조의 반감을 키웠다.
아직 공장 이전이 확정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금호타이어 노조 상급 단체인 민주노총이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광주형 일자리 도입을 요구했다가 되레 분란만 일으켰다.
결국 노조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은 끝에 광주시는 협약서에 있는 ’광주형 일자리‘ 문구를 모두 삭제하는 수모를 겪었다.
광주시의 조급증은 협약식 플래카드와 인사말에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이 시장은 ”노사민정 대타협을 바탕으로 한 광주형 일자리 성공에 금호타이어 노사가 내 일처럼 여기고 앞장서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인사말도 준비했으나 끝내 가슴속에 묻어둬야 했다.
이 시장의 광주형 일자리 성공에 대한 집념은 광주시민은 물론 전국적인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성과에 집착하다보니 의도치 않은 혼선과 오해, 행정의 신뢰도 추락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완성차공장 투자유치 무산 과정에서 보여준 광주시의 성과주의, 조급증은 수 차례에 걸친 데드라인 제시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이 시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이전되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광주형 일자리사업을 실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며 ”앞으로 금호타이어 노사와 광주시가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노조 하태정 수석부지회장은 ”순수한 마음으로 공장 이전과 관련한 협약식에 참석했는데, 신공장에 광주형 일자리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있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며 ”민주노총 중앙에서도 광주형 일자리 참여를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