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국 기자·산업1부
보통 해운회사들은 1000원짜리 선박을 살 때 자기 돈은 100원만 넣고 나머지 900원은 대출을 받는다. 선박 한 척의 규모가 최소 200억 원에서 웬만하면 수천억 원으로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이 900원은 모두 부채로 잡힌다. 영업을 위해 필수적인 선박을 구입하기만 하면 금융권과의 추가 거래가 어렵고 자칫 부실기업 취급을 받게 된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주장이다.
우 회장이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은 이런 회계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선박을 인수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출금 900원은 빚이 아니라 자산에 넣어야 맞다는 것. 이미 건설업계에서는 임대 후 분양주택에 대해 부채를 자산에 포함시키는 회계 기준 예외 조항도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회계 문제는 함부로 건드리기 힘든 영역이다. 국제 규정이 있고, 투자자들의 눈도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해운업을 살리겠다며 수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도 기업들이 열심히 사업을 할수록 부채 비율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 업계의 주장도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해운업의 부채 기준 변경은 국제 회계 기준에 위배되는지부터 차근차근 검토해 최대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변종국 기자·산업1부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