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어제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청탁을 받고 관련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임 전 차장을 추가 기소했다. 청탁한 국회의원은 서영교 의원과 전병헌 노철래 이군현 전 의원이다. 2015년 청탁할 당시 서 의원과 노 전 의원은 각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 위원이었다. 전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지낸 최고위원이었고 이 전 의원은 새누리당 사무총장이었다. 모두 현역의원으로 법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서 의원은 총선 때 연락사무소장으로 일한 지인의 아들이 강제추행 미수로 재판을 받자 국회에 파견된 판사를 직접 불러 ‘죄목을 형량이 더 가벼운 공연음란죄로 바꿔주고 벌금형으로 선처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했고 그 판사는 임 전 차장을 통해 담당 판사에게까지 청탁을 전달했다. 해당 사건은 죄목은 변경되지 않았지만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전 전 의원은 동서인 보좌관이 2억 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되자 선처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해 예상 형량 검토 내용을 전달받았다. 정치자금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 노 전 의원은 법원을 통해 법률자문을 했다.
서 의원의 경우는 사실이라면 명백히 ‘성공한’ 재판 청탁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 제기된 재판 개입 의혹 사건에 비해서는 큰 사건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재판에 이르는 과정 혹은 재판을 둘러싼 절차가 아니라 재판 본안(本案)에서 이만큼 청탁과 판결의 연계를 뚜렷이 드러낸 사건은 없었다. 서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서 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추진하면서 안달복달하는 사정을 잘 알고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검찰은 청탁한 의원들에 대해서는 마땅히 처벌할 법 규정이 없다며 사법 농단만 부각시키려 한다. 서 의원은 출석 요구에 불응했는데도 서면 조사만 하고 소환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