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 등 9개 공공기관이 노조 대표가 이사회에 배석해 의사결정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상정되는 안건과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이달 중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석유공사 등 5개 기관도 노사 간 막바지 조율 중이라고 한다. 참석한 근로자 대표에게 어디까지 발언권을 부여할지는 미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근로자 대표 1, 2명을 경영에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를 공공부문부터 도입하고 민간기업으로 확산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야당의 반대에 부딪힌 정부가 노동계와 재계 입장을 절충해 제시한 것이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다. 이 제도를 놓고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대선 공약 위반이라는 노동계 불만도 있다.
근로자 참관제가 도입돼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 안건과 진행 과정을 들여다보면 방만한 공기업 운영에 견제가 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로도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 잡은 막강 공기업 노조에 간접적인 경영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철밥통 공기업 개혁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제도도 자체만 놓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운영하기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역시 기본적인 노사 간 신뢰 바탕이 깔려 있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정부는 공기업들에 서둘러 제도 도입을 강제하기보다는 제도 운영과정에서 나타나는 장단점을 살핀 다음 제도를 확대 또는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