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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전 北 회담 걷어차자… CIA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 제안

입력 | 2019-01-17 03:00:00

[北美 2차 정상회담 가시화]美CIA-北통일전선부 극비 협상




미국 중간선거 전날인 지난해 11월 5일. 미 국무부는 ‘8일 뉴욕 북-미 고위급 회담’을 공식 발표하며 협상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중간선거 투표 개표가 한창이던 7일 0시경 돌연 회담 연기가 발표됐다.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중국 베이징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어야 할 김영철 통일전선부장도 보이질 않았다.

그런 김영철이 다시 베이징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편도 비행기 표, ‘원웨이 티켓’을 끊었다. 17일 오후 6시 25분(현지 시간) 베이징을 떠나 미국 현지 시간으로 당일 오후 6시 50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는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UA 808편이다. 그동안 북-미 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정중동 속 극비리에 CIA-통전부 막후 협상

미국은 “서로 분주한 일정 탓에 미루자”는 북한의 연기 요청으로 회담이 취소됐다고 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다가 어려워져 미국행이 취소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조건과 상황이 맞지 않아서였다는 게 외교가의 주된 설명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당시) 북한이 협상카드를 모두 제시했는데 미국이 (보상에 대한)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 북한이 ‘이런 식으로는 어렵다’고 해서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뉴욕에서 김영철을 만나고 그 다음 날 돌연 워싱턴으로 이동해 중국과 2+2 회의를 진행한다고 북한에 알렸고, 이를 전해 들은 북한은 ‘우리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한 뒤 취소했다”고 말했다. 조건도 안 맞는 데다 홀대당하는 듯한 형식에 반발한 것이다.

이후 고위급 회담이 무산되고 공식 외교 채널이 흔들리자 비핵화 협상은 교착 장기화로 가는 듯했다. 그러자 지난해 11월 말부터 미 중앙정보국(CIA)-통전부 채널이 다시 가동됐다. 지난해 12월 CIA를 떠나기로 한 앤드루 김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통전부 라인과 접촉에 나섰다. 김 센터장이 11월 말부터 12월 사이에 던진 마지막 카드가 김영철의 방미를 이끈 키포인트였다는 후문이다. 김 센터장의 후임도 기세를 이어받아 1월 초 판문점 접촉까지 긍정적인 기류를 유지해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서도 이 통로를 거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일부 제재 완화와 영변 시설 폐기 맞바꿀 수도

정보라인을 통해 오간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조치 세부 조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는 영변 핵시설 단지로 국한해 ‘폐기를 전제로 한 동결’이 거론된다. 전국의 핵시설 신고 문제를 놓고 “고의로 누락했다” “숨긴 것 아니냐”며 다투다 대화가 어그러진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현실 가능한 목표로 타협할 것이라는 얘기다.

미 측의 상응조치는 다양한 옵션이 제기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상응조치와 관련해 “종전선언을 포함해서 인도적인 지원이라든가, 어떤 상설적인 미북 간 대화채널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중 북측에 의견을 전달했고 2차 정상회담에서도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안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상시 대화채널, 즉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한 논의다. “미 측이 종전선언을 건너뛰고 곧바로 평화협정을 하기 위한 논의 개시도 제시했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평화체제 논의를 위해 우선 종전선언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본격적인 대북제재 해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도 “정부로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지금은 검토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합작회사 금지, 특정 물품에 대한 수출입 금지, 금융 관계를 차단하는 다양한 제재 요인이 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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