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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 지정 전후 창성장 주변 日帝건물 호가 2∼3배 올라”

입력 | 2019-01-17 03:00:00

손혜원 의원, 가족-지인 명의로 역사문화공간 건물 10채 매입 논란




민주당 확대간부회의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 두 번째)가 16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손혜원 의원의 전남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에 대해 당 차원의 진상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목포 건물 투기 의혹’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손 의원과 가족, 지인들은 2017년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남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있는 건물 10채를 집중 매입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8월 이 일대 11만4038m²를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이라는 이름을 붙여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손 의원은 문화재청을 담당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 사전에 정보를 알고 땅과 건물을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손 의원은 16일 “목숨을 걸고 투기 목적으로 산 게 아니다. 10년간 일하며 돈도 벌었지만 서울 강남에 건물은커녕 아파트 한 채 소유한 적 없다”고 항변했지만 자유한국당은 “떴다방식 부동산 투기 행태”라며 손 의원의 문화체육위 간사직 사퇴와 당국의 수사를 촉구했다.

논란의 핵심은 손 의원과 가족, 지인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투기 목적으로 건물을 매입했는지이다.

손 의원의 조카 손소영 씨(42·여)는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등을 만들기 위해 최근까지 모두 1억6400만 원을 들여 일제강점기 건물 3채를 구입했고 또 다른 조카가 지인 2명과 2억1900만 원을 들여 2채를 공동 매입했다. 건물은 모두 5채다. 여기에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이 나전칠기박물관을 세우기 위해 사들인 6, 7필지 내에 있는 허물어진 건물까지 합하면 모두 10채라는 것이 손 의원실의 설명이다. 손 의원은 “(매입한 필지는) 3.3m²당 평균 200만 원 정도로 살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시세”라며 “문화재로 지정되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다.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고 어렵게 지인들을 설득했다”고 해명했다.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등 일제강점기 건물 3채를 공동 보유한 손 의원 조카 손 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갤러리 옆 일제강점기 건물이 최근 1억2000만 원에 팔렸다고 들었다. 2년간 4000만 원이 오른 것”이라며 “주변분들이 권해 욕심이 나서 가진 돈 한도 내에서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건물 가격은 등록문화재 지정을 전후해 두세 배 올랐다는 게 중론이다. 주민 강모 씨(45·여)는 “창성장 주변 슈퍼, 총포사, 인쇄소, 창고 등 일제 건물은 2017년부터 (주변) 시세의 2∼3배인 평당 200만∼300만 원에 팔렸고 이후엔 평당 700만∼800만 원까지 올랐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인중개업자 남모 씨(72)는 “일제 건물 한 채가 평당 700만 원대에 외지인에게 팔렸다는 얘기가 퍼지며 그런 소문이 돈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새해 들어 서영교 의원 재판 청탁 의혹 등 연이어 터지는 돌발 악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 일각에선 집권 3년차를 맞아 여당의 누수 현상이 나타나는 3년차 증후군이 시작됐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아직까지 당의 위기라고 보긴 어렵지만 좋지 않은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긴박하게 움직였다. 오전 당 지도부가 참석하는 확대간부회의에 이어 곧바로 별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일단 당 사무처를 통한 진상 규명에 착수하기로 했다. 손 의원 관련 의혹에 대해 한 의원은 “결국 핵심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투기’를 했느냐인데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라며 지켜보자고 했다. 한편 목포가 지역구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손 의원 관계인들이 (목포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 투기 여부에 대한 현지 여론은 상반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박성진 / 목포=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