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1운동 100년, 2020 동아일보 100년]뉴욕주의회 ‘3·1운동의 날’ 채택
“삼일절 만세”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주 올버니 상원 회의장에서 올해 3월 1일을 한국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날로 지정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후 한국 대표단이 만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토비 앤 스타비스키 뉴욕주 상원의원, 김민선 뉴욕한인회장,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 올버니=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아이.”
“반대는요?”
“결의안이 채택됐습니다.”
15일(현지 시간) 오전 11시 15분경 미국 뉴욕주 올버니 상원 회의장. 상원의원 63명은 뉴욕주가 올해 3월 1일을 한국의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날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약 2시간 뒤 하원에서도 낭보가 들렸다. 하원의원 150명 모두가 찬성해 ‘3·1운동의 날’ 결의안이 채택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결의안 채택에 힘을 보태기 위해 의사당을 찾은 한인 동포 30여 명과 국회 한미동맹 강화사절단 박영선 김경협 표창원(더불어민주당), 함진규(자유한국당), 이동섭 의원(바른미래당), 박효성 뉴욕총영사, 김민선 뉴욕한인회장은 “대한민국 만세” “삼일절 만세” “유관순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뉴욕주의 결의안 통과에 따라 올해 3월 1일이 공식적인 기념일로 지정되고, 뉴욕주 한인회는 당일 맨해튼 도심에서 3·1 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한국 독립 운동의 정신을 미국사회에 제대로 알리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날 새벽 5시 한인들과 함께 단체버스를 타고 의사당을 찾은 박정자 할머니(88·뉴욕시 퀸스)는 결의안 통과 소식을 듣고 1945년 해방 때 배운 노래를 열창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박 할머니는 “황해도에 살면서 14세 때 배운 노래”라며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인데 눈물이 앞을 가려서 노래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를 비롯한 한인 동포들은 이날 뉴욕시에서 단체버스를 타고 의사당을 찾았다. 버스 안에선 기미독립선언서가 낭독됐다. 한 고령 참석자는 버스로 3시간 거리의 올버니행에 피로를 호소하며 의사당 앞에서 잠시 주저앉기도 했지만 역사적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뉴욕주 의회에서 3·1운동의 날 결의안이 채택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워싱턴에선 반대 로비도 있었다. 하지만 뉴욕주 의원들은 100년 전 3·1운동과 유관순 열사의 희생정신이 보여준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미국사회가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의안은 당초 ‘유관순의 날’ 지정을 위해 추진됐지만 유 열사를 기리고 3·1운동 100주년을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3·1운동의 날로 명칭이 바뀌었다. 결의안에는 “3·1운동 100주년인 3월 1일을 기념하고 최연소 여성 인권운동 지도자 중 한 명인 유관순의 유산이 주는 영속적 영향을 기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결의안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전달된다.
뉴욕주 의원 5명은 이날 “한국은 일본 지배하에서 억압과 차별, 폭력을 겪었고 언어와 문화, 삶의 방식에서도 위협을 받았다”는 선언문도 함께 발표했다. 김 의원은 “기념일 지정을 계기로 미국 공립학교 교실에서 1919년 3·1운동이 왜 중요한가를 똑바로 가르쳐주도록 하는 게 장기 목표”라고 강조했다.
올버니=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